실적은 충족, 변수는 타이밍…年실적 확인 후 연초 카드 검토
상장 철회 후 첫 재도전...기업가치 극대화 타이밍 점검 중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에코프로의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이 코스피 이전상장 재추진의 전제 조건이었던 흑자 전환을 달성하고도 아직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연이은 흑자 달성과 에너지저장장치(ESS)·LFP 등 신사업 확보로 명분은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회사 측은 기업 가치 평가 극대화를 위해 적절한 시점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비엠은 연간 실적을 최종 확인한 뒤 이르면 내년 초 예비심사를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4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흑자 기조가 유지될 경우 올해 중 코스피 이전상장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회사는 이전상장 재도전의 전제 조건으로 실적 정상화를 제시했으며, 이는 지난해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부담 요인이었던 적자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후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들어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며 4분기 역시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에코프로가 말한 '흑자 기조 유지'라는 최소한의 요건은 충족된 셈이지만, 회사는 아직까지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이전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지 않았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르면 내년 초쯤 한국거래소에 신청서를 접수할 전망이다.
에코프로 측은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받아야 하는 구조인 만큼 적절한 제출 시점을 지속해서 검토하고 있다"며 "이전상장 계획 자체에는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서 내세웠던 흑자 기조 유지 조건은 이미 충족했다"면서도 "다만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아 연간 실적까지 확실한 흑자라는 점과 거래소가 우려할 만한 요소가 없다는 판단이 서면 내년 초부터 이전상장을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코프로비엠의 이전상장은 이미 한 차례 좌절을 겪은 바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해 예비심사까지 신청했다가 올해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당시 국세청이 에코프로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각종 리스크가 부각된 데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배터리 업황 둔화로 에코프로비엠이 402억원 상당의 적자를 내면서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올해 1월 세무조사가 마무리 됐으며 ESS라는 새로운 성장 축이 부상하면서 관련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다.
에코프로가 이전상장을 신중하게 추진하는 배경으로는 기업가치 평가와 타이밍 문제가 거론된다. 2차전지 분야가 전반적으로 조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코스피 이전을 서두를 경우 오히려 기업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스피로 옮기면 기관·외국인 비중 확대라는 수급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업황 전망이 더 명확해지고 투자 심리가 회복된 이후에 움직이는 편이 기업가치 재평가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룹 차원의 전략적 구상도 변수로 작용한다. 에코프로는 이미 계열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코스피에 상장시켜 지수 편입에 따른 수급 선순환을 경험한 만큼 에코프로비엠 이전상장을 통해 '코스피 2차전지 대형 그룹주 체제'를 완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에코프로(지주)–에코프로비엠(양극재)–에코프로머티리얼즈(전구체·소재)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 라인이 모두 코스피로 이동하면 사업 구조뿐 아니라 자본시장 내 포지셔닝에서도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전상장을 한 번 철회한 전력이 있는 만큼 그룹이 이번에는 시장 상황·실적·규제 변수까지 최대한 맞춰놓은 뒤 실행에 옮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배터리업계와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이전 상장 조건은 마련한 상태로 평가한다. ESS·LFP·비중국 공급망 등 새로운 축이 자리 잡으면서 실적과 사업 구조 측면의 명분도 과거보다 강화됐다. 다만 2차전지 업황과 자본시장 평가, 그룹 차원의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점을 정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에코프로비엠이 이전상장 좌절을 딛고 올해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은 실적 정상화 측면에서 충분한 신호"라며 "다만 2차전지 업계 전망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서두르면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코프로그룹이 ESS·LFP 등 새로운 성장 축을 확보하고 리스크까지 해소한 만큼 시장 심리가 개선되는 시점까지 충분히 기다렸다가 코스피 이전을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