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고려아연은 과거 해외 거점 제련소를 구축한 뒤 국내 핵심 사업장과의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린 경험을 갖고 있다. 호주 제련소 건설 이후 온산제련소는 안정적으로 성장했고, 단일 기준 세계 1위 비철금속 종합제련소로 도약했다. 글로벌 확장과 신시장 개척을 통해 기업가치를 키우는 동시에 국내 생산기지를 고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고려아연은 1996년 호주에 SMC 법인을 설립하고 연간 아연괴 19만 톤, 황산 32만5000톤 생산능력을 갖춘 제련소를 건설해 2000년부터 본격 가동했다. 당시 온산제련소의 주요 제품 생산능력은 아연 37만톤, 연 19만톤, 은 500톤 수준이었다.
SMC 가동으로 수급과 재고 운영의 유연성이 높아지면서 온산제련소의 투자와 공정 혁신도 속도를 냈다. 고려아연은 2004년 동(銅) 공장 증설을 시작으로 2010년 TSL(Top Submerged Lance) 공장 준공, 2014년 아연전해공장 준공, 2015년 제2비철단지 준공 등 설비 투자를 이어갔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온산제련소의 연간 생산능력은 아연 64만톤, 연 43만톤, 은 2500톤으로 크게 확대됐다.
확대는 물량에만 그치지 않았다. 고려아연은 공정 고도화를 바탕으로 반도체용 황산, 친환경 동, 전략광물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SMC 초기에는 국내 인력 50여명을 파견해 기술 지원과 운영 안정화에 나섰고, 호주에서 축적한 경험은 온산제련소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해외와 국내가 유기적으로 수급을 보완하며 생산·매출·기술력을 함께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연결기준 매출은 2000년 1조1829억원에서 2024년 12조529억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SMC 모회사인 SMH(썬메탈홀딩스) 매출도 2014년 5977억 원에서 2024년 8944억원으로 10년 새 약 50% 늘었다.
고려아연은 현재 추진 중인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역시 온산제련소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온산제련소는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철강·방산 등 국내 핵심 산업에 필요한 소재를 우선 공급하며 공급망 안정화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고, 물류비 등을 감안해 동남아 등 기존 수요처 공략에도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제련소는 지리적 이점을 앞세워 북미 수요를 흡수하고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면서 신시장 개척의 거점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미국 제련소 건설·가동 과정에서 도입되는 최신 기술과 공정, 운영 시스템은 최적화를 거쳐 향후 온산제련소에 적용돼 생산성 향상과 신제품 개발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은 2029년까지 울산 온산을 포함한 국내에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차질 없이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게르마늄·갈륨·비스무트 등 전략광물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자원순환·환경 분야 설비도 늘릴 계획이다.
인력 측면에서도 보강에 나선다.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에 온산제련소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이를 대체할 신규 채용을 진행하고, 향후 핵심광물 신규 설비 운영에 따른 추가 인력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2026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당초 계획 대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고려아연 임직원 수는 2020년 말 1396명에서 2025년 말 2085명으로 5년간 연평균 약 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는 온산제련소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내와 해외 사업의 성장을 동시에 구현한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와 고용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