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률 상향·신규 라인 재개로 주도권 싸움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급증 속에서 미국 경쟁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선제적 증설 이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차기 메모리 쇼티지(공급 부족) 가능성을 수치로 드러내자, 국내 메모리 양대 축도 가동률 상향과 신규 라인 재개를 통해 증설 속도전에 본격 돌입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AI 서버가 촉발한 구조적 수요 확대 국면에서, 증설 속도가 향후 실적과 시장 주도권을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AI 서버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주요 업체들의 증설 전략이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서버 1대당 탑재되는 메모리 용량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자, 생산 능력 자체가 실적과 점유율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모습이다.
최근 마이크론은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를 겨냥한 선제적 증설 효과를 실적으로 증명했다.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1분기(2025년 9~11월) 매출이 136억4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비중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마이크론은 HBM 시장 규모가 2028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해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며, 내년 설비투자액도 기존 18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 사례를 두고 "AI 메모리 중심 증설이 실제 수익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메모리 업체 전반이 증설 속도를 다시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 삼성전자, 가동률 상향과 평택 재개로 '물량 방어'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는 국내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메모리 공급 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평택·화성 사업장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가동률을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한편, 서버용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HBM과 DDR5 등 고부가 제품 비중도 확대 중이다.
지난달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거점인 평택캠퍼스 2단지 5라인(5공장)의 골조 공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중장기 수요 증가에 대비해 생산 인프라를 다시 가동하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파운드리 라인으로 추진되던 평택캠퍼스 4공장(P4) 2단계 라인을 첨단 메모리 라인으로 전환해 건설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 SK하이닉스, HBM 중심 증설 속도전
SK하이닉스 역시 증설 대열에 합류하며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청주캠퍼스 내 기존 M15 옆에 건설 중인 M15X 클린룸을 조기 완공하고, 장비 반입을 시작했다. 당초 지난달 완공과 내년 이후 양산 착수를 목표로 했으나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M15X는 D램과 AI 반도체 전용 생산라인으로, SK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HBM을 포함한 첨단 D램 생산 능력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장기 증설 축인 용인 1기 팹도 애초 계획보다 이른 지난 2월 착공했으며, 2027년으로 예정된 준공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건설 속도를 내는 중이다. 용인 1기 팹은 M15X 6개 규모로, 향후 4개 팹으로 조성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 시설로 꼽힌다.
◆ 증설 '속도'가 실적과 점유율 가른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글로벌 D램 시장 규모가 지난해 1000억달러에서 서버 및 HBM 수요 증가에 힘입어 내년에는 170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용 서버와 AI 작업용 메모리 수요가 동시에 늘어나면서, 메모리 시장이 공급자 우위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이클에서는 증설 규모보다도 '언제,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가 중요해졌다"며 "AI 서버가 만들어낸 구조적 수요 확대 속에서 증설 속도가 곧 실적과 시장 주도권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kji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