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만에 발생한 기체 이상 감지
실패 아닌 과정, 발사 재도전 기대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 한국시간 23일 오전 10시 13분, 이노스페이스의 한빛-나노 발사체가 힘차게 하늘로 솟아올랐다. 25톤급 하이브리드 로켓엔진의 불꽃이 지상을 밝히며 수직 상승을 시작했다. 그러나 30초 후, 비행은 멈췄다.
"기체 이상 감지. 안전 구역 내 낙하. 인명 피해 없음."
공식 발표는 간결했지만, 그 30초는 결코 짧지 않았다. 2022년 브라질 공군과의 계약 체결, 2023년 시험발사체 한빛-TLV의 성공, 그리고 2년여의 준비 끝에 맞이한 첫 상업 발사. 브라질과 인도 고객사의 소형 위성 8기를 싣고 300km 저궤도를 향해 날아오를 예정이었던 이 발사체는, 하늘과 땅 사이 어딘가에서 멈춰 선 것이다.

실패인가, 과정인가.
"실패했다"는 단어를 쓰기엔 조심스럽다. 우주발사체 개발은 본질적으로 실패와 성공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떠올려보자. 팰컨 1로켓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세 번 연속 발사에 실패했다. 폭발하고, 추락하고,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회사는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그러나 2008년 9월 네 번째 발사에서 성공했고, 지금은 전 세계 상업 발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23년 4월 스타십의 첫 시험발사는 발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로 끝났다. 하지만 머스크는 "축하한다"고 말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실제로 그들은 그 데이터로 시스템을 개선했고, 이후 발사에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노스페이스가 확보한 30초간의 데이터는 결코 적지 않다. 1단 엔진 점화, 이륙, 수직 비행 궤적 진입, 그리고 기체 이상 감지까지. 모든 순간의 텔레메트리 데이터, 엔진 성능 지표, 구조 응력 정보가 기록됐다.
어떤 조건에서 이상이 발생했는지, 어느 부분이 예상과 달랐는지, 안전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 발사에서만 얻을 수 있다. 한빛-나노는 30초 동안 교과서가 아닌 현실을 가르쳐줬다.
인공지능(AI)이 학습하는 방식을 생각해보자.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파라미터를 조정하고 오류 패턴을 학습한다. 한 번의 정답보다 수천 번의 오답에서 더 많이 배운다. 로켓도 마찬가지다. 실패는 변수 요인을 바로잡아가는 필수 과정이다.
이번 발사가 중요한 이유는 결과가 아니라 시작 그 자체에 있다. 한국의 민간 기업이 자체 개발한 발사체로 해외 고객의 위성을 싣고 상업 발사에 도전했다는 사실. 브라질 공군과 5년 계약을 맺고 적도 인근의 전략적 발사장을 확보했다는 점. 하이브리드 로켓과 액체메탄 엔진이라는 독자 기술을 보유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한국 민간 우주산업의 새로운 장을 여는 출발점이다.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 국내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 시험이 아닌 상업. 이노스페이스는 이미 그 문턱을 넘어섰다.
이노스페이스는 곧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다음 발사는 언제인지. 중요한 것은 '다음'이 있다는 사실이다.
우주발사체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스페이스X도, 블루오리진도, 로켓랩도 모두 실패를 딛고 일어섰다. 그들이 특별한 이유는 한 번에 성공해서가 아니라, 실패 후에도 계속 도전했기 때문이다.
한빛-나노의 30초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 30초간의 데이터가 다음 발사의 300초를, 그 다음 발사의 완벽한 궤도 진입을 만들어 낼 것이다.
알칸타라 우주센터의 발사대는 비어 있지만, 이노스페이스의 도전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biggerthanseoul@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