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용 편의·생산에선 릴리 유리"
"'30년 경구용 점유율 릴리 60%"
"뼈아픈 실책 극복 관건, 실행력"
이 기사는 12월 24일 오후 4시19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노보 ①'경구용 비만약' 깃발, 이번엔 '선점의 덫' 피할까>에서 이어짐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당장 효능 자체는 노보가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노보의 위고비필은 임상시험에서 64주간 16.6%의 체중 감량의 효과를 보였다. 72주 동안 12.4%를 보인 일라이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을 4%포인트 넘게 앞질렀다(각각 모두 최고 용량<위고비필은 25mg, 오포글리프론은 36mg>을 투여한 결과). 주주 입장에서는 희망을 걸어볼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비만약은 장기 복용하는 약물이어서 '복용의 꾸준함'이 시장 성패를 가른다. 약물 특성에서 비롯되는 편의성 차이는 일라이릴리가 우위에 있다. 노보의 약은 매일 아침 공복에 복용한 뒤 30분간 금식이 요구되지만 릴리의 약물은 시간·음식 제한이 없다. 효능에서 앞서도 복용 편의성에서 밀리면 장기 순응도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남는다.
생산 측면에서도 일라이릴리의 약물이 유리한 구조로 돼 있다. 일라이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은 화학적 합성이 가능한 소분자 약물인 반면 노보의 약물은 생물학적 제조 공정이 필요한 펩타이드 기반이다. 일반적으로 소분자 약물은 대량 생산이 용이하고 원가는 비교적 낮아 공급 확대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릴리 우위 시각도
일찍이 일라이릴리의 승기를 점치는 시각이 나오기도 한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 약 228억달러 규모가 예상되는 세계 경구용 비만약 시장에서 노보의 점유율을 21%로 예상했다. 일라이릴리는 노보의 3배가량인 60%다. 리어링크파트너스의 데이비드 리싱어 애널리스트는 "일라이릴리가 오포글리프론으로 세계를 뒤덮을 계획"이라고 했다.
선점하고도 주도권을 내준 주사제 시장의 전례가 낙관론에 그늘을 드리운다. 노보는 GLP-1 계열의 비만약 주사제 시장에서 일라이릴리보다 4년을 앞서고도 생산능력 부족과 마케팅 역량, 시장 대응력 격차로 인해 점유율이 반 토막 났다. 적응증 확대 전선에서 일라이릴리에 스포트라이트가 옮겨간 것도 이유가 됐다.
시장 대응력의 격차가 뼈아팠다. 조제약 대응에서 그 간극이 확연히 드러났다. FDA 규정상 '공급부족' 상태로 등재된 의약품은 조제약국이 조제해 팔 수 있는데 노보의 주사제 성분 세마글루타이드가 2022년부터 공급난에 시달리자 조제약국들이 그 빈자리로 파고들었다. 정품 절반 값의 조제품으로 환자들이 발길을 돌렸다.

결정적 분기점은 대응 속도에서 갈렸다. 일라이릴리의 주사제 성분 티르제파타이드는 후발주자여서 조제약에 노출된 기간이 짧았다. 그럼에도 일라이릴리는 작년 1월 소비자 직판 플랫폼 '릴리다이렉트'를 열어 조제품보다 싼 값에 정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노보가 유사한 '노보케어'를 내놓은 건 올해 3월이다. 무려 1년2개월이 흐른 뒤였다.
마케팅의 결도 달랐다. 비만약 시장은 어느새 의사 처방에서 소비자 선택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갔다. 일라이릴리가 인플루언서와 연예인을 앞세워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갈 때 노보는 익숙한 의사 중심 접근법을 놓지 못했다. BMO캐피털마켓츠의 에반 시거만 애널리스트는 "일라이릴리는 미국 의약품 시장의 뉘앙스를 읽는 문화적 이점이 있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구용 약물 시장에서의 우위 확보 여부 역시 생산과 마케팅, 시장 대응을 아우르는 실행력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주사제 시장에서의 뼈아픈 전철이 있어서다. HSBC의 라제시 쿠마르 유럽 생명과학·헬스케어 주식리서치 대표는 "노보가 실제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이는 전적으로 실행력에 달렸다"고 했다.
투자의견 분포로 본 노보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판단은 온도차가 확연하다. FDA 승인 발표 전인 22일까지를 기준으로 한 팁랭크스의 집계 결과에 따르면 전체 9건 가운데 4건이 매수, 4건이 중립, 1건이 매도다. 12개월 내 실현을 상정하고 제시된 목표가는 55.3달러다. 현재가 대비 7% 높은 수준이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