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성 교수 "종교, 정치·사회·문화 관여 가능"
종교 연관 시민단체 탄압 발판 마련 지적도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이른바 '언론 입틀막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이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데 이어, 같은 날 '정당법 개정안(한병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돼 이번엔 '종교 입틀막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법안이 설명하는 '정교분리' 원칙이 본 뜻을 곡해하고 있으며 헌법이 보장한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개정안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종교 시설 내에 정당 사무소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법은 중앙당과 시·도당의 등록 신청 사항으로 사무소 소재지를 규정한다.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전 한국헌법학회장)는 29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개정안은) 헌법상 정교분리의 본 의미에서 어긋나는 것은 물론, 평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교분리'라고 할 때 종교가 정치에 관여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그건 아니다"라며 "종교는 인간의 구원 문제만 다루는 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것들이 신의 주권 하에 놓이기 때문에 그러한 질서에 어긋나는 것들은 교회가 비판하고 개입하고 관여할 수 있고, 또 정치 관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헌법은 정교분리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나 현행법의 정당 등록신청사항에는 별도 제한사항이 없어 교회나 성당, 사찰 등 종교시설을 사무소 소재지로 하여 등록신청하더라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당사무소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보이는 종교 시설을 사무소 소재지로 하는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물적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정당이 중앙당과 시·도당 등록신청 시 종교시설은 사무소의 소재지로 등록할 수 없도록 하고 정당등록신청을 받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는 등록신청사항을 갖췄는지 확인한 후 등록수리를 하도록 함으로써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이다.
개정안 발의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26일 이동민 자유통일당 대변인은 "특정 정당을 정밀 타격하기 위한 '표적 입법'이자, 종교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반민주적 독소 조항'"이라며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유린하고, 종교 단체의 자율성을 법으로 억압하려는 민주당의 오만한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법학 전문가와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개정안이 '정교분리' 원칙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개정안이 추후 정당을 넘어 시민단체 활동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종교적 색채를 띤 정당은 자유통일당이 유일한데 개정안은 특정 정당을 겨냥했다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라며 "천주교의 정의구현사제단이나 성공회 교단은 관련 인사들이 항상 정치적 발언을 하는데 개신교 계열의 정당만 표적삼아 활동을 억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 중 '물적 요건' 등을 지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무소는 주소지만 있으면 되는데 물리적 요건을 못 갖췄다는 게 무슨 기준이냐"며 "교회 내에 사무실이 있건 없건 그건 국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이는 정교분리 문제만 아니라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정교분리'라는 표현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나라 제헌헌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미국 헌법에는 없는 표현이라는 설명이다.
전윤성 미국 뉴욕주 변호사(자유와평등을위한법정책연구소·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겸임교수)는 "미국 연방 헌법에는 '국교설립 금지(국교부인)'만 규정돼 있고 정교분리라는 용어는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에 따르면 유진오 전 고려대 총장이 제헌헌법 초안을 작성할 때 참조했던 '우드윌 헌법초안(The Constitution of Korea)'과 '조선 인민의 권리에 관한 포고(Proclamation on the Rights of the Korean People)'의 영어 원문에도 '종교와 정치의 분리(separation of religion and politics)'라는 문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교회와 국가의 분리(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만 규정돼 있다.
전 변호사는 "잘못된 용어 사용이 굳어져서 정치와 종교의 완전한 관계 차단을 의미하는 관념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정안의 문제는 추후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시민단체들도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데 교회에 주소지를 등록하는 것을 금지하는 선례가 개정안을 통해 확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alebca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