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K팝 앨범 판매량 '1억장' 신화가 저물었다. 올해 스트레이키즈, 지드래곤, 아이브, 에스파, 올데이프로젝트 등 수많은 가수들의 선전이 있었지만 음반 판매량 감소와 걸그룹의 부진 속 K팝의 성장은 약세를 보였다.
◆ 2025년은 '보이그룹 전성시대'…아쉬웠던 걸그룹의 부진
2020년년대에 접어들면서 에스파를 필두로 아이브, 뉴진스, 르세라핌 등 걸그룹의 활약으로 걸그룹 전성시대가 열리며 보이그룹은 다소 약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유독 보이그룹이 강세를 보였다.
방탄소년단(BTS)의 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는 스트레이키즈가 대체했다. 이들의 새 앨범 '두 잇(DO IT)'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8회 연속 1위를 기록하면서 해당 차트에서 최다 1위를 기록한 K팝 가수가 됐다.

스트레이키즈는 2022년 '오디너리(ODDINARY)'를 시작으로 '맥시던트(MAXIDENT)', '파이브 스타(★★★★★)', '락스타(樂-STAR)', '에이트(ATE)', '합(合·HOP)', '카르마(KARMA)'에 이어 이번 '두 잇'까지 총 8장의 앨범이 연속으로 이 차트 정상에 오르는 기록을 썼다.
'빌보드 200'에 처음으로 진입한 앨범을 시작으로 8장의 앨범이 연속해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것 역시 빌보드 역사상 스트레이 키즈가 유일하다. 그뿐만 아니라 '카르마'와 '두 잇'의 실물 및 디지털 앨범이 각각 약 29만 6000장, 28만 6000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2025년 미국 내 순수 음반 판매량 3위와 4위에 올라 올해 K팝 아티스트 최고 성적을 거뒀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스트레이키즈는 올해 1주차부터 50주차까지 698만6103장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이는 전년도에 비해 약 110만장 증가한 수치이다. 세븐틴은 343만75장, NCT위시가 294만6509장의 앨범을 판매했다. 이어 엔하이픈(294만5569장), 보이넥스트도어(294만4047장)가 다음을 이었으며, 누적 앨범 판매량에서 톱5는 모두 보이그룹이 차지했다.


그리고 아이브가 273만8796장으로 7위를 차지했고, 에스파가 237만9082장으로 10위, 엔믹스가 139만4303장으로 15위를 차지했다. 톱15내에 걸그룹은 단 3그룹이다. 또한 올해 누적 1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여자 가수는 아이브, 에스파, 엔믹스, 르세라핌, 트와이스, 아이들 등 6개 팀으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4팀이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판매량으로 봤을 때, 여자 가수는 530만장이 줄어들었고 남자 가수는 190만장 감소하며 걸그룹의 부진이 확실해졌다. 올해 피지컬 앨범 판매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약 690만 장 줄어들었으며, 남자 아티스트보다는 여자 아티스트의 판매 감소량이 두드러졌다.
◆ K팝 앨범판매량 감소…빈자리 채운 콘서트
2023년 K팝 시장은 세븐틴과 스트레이키즈, 방탄소년단 등을 통해 사상 첫 1억장 판매 신화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성적은 1년을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꺾인 판매량은 올해 더욱 하락했다. 앨범 누적 판매량 400위까지를 기준으로 했을 때, 1주차에서 50주차까지 판매량은 8571만9740장이다. 이는 작년 9269만9650장 판매된 것과 비교했을 때 무려 7.5% 감소한 수치이다.
그룹 자체 성적으로 봤을 때는 높은 성적들을 기록했지만, K팝 전체 시장에서 봤을 경우 올해 100만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한 아티스트는 23개팀으로, 전년보다 1팀이 감소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단일 앨범 기준으로 100만장 이상 판매량을 기록한 앨범 역시 총 18장으로, 작년 대비 2장 줄었다.

김진우 써클차트 음악전문 데이터저널리스트는 "올해 최종 월간 누적 판매량(톱 400 기준)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9000만 장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음반을 비롯해 음원 이용량 점유율도 현저히 떨어졌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운드트랙 '골든(Golden)', 우즈 '드라우닝(Drowning)'도 장기집권 중인 노래들인데, 10월 차트에서 이용량이 각각 45%, 19% 하락했다. 그럼에도 순위 변동이 없다는 것은 이들을 대체하거나 위협할 만한 강력한 경쟁 신곡이 국내 차트에 현저하게 부재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상위 10위권 내에서의 경쟁 부재를 넘어, 음원 시장 전반의 활력이 저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음반·음원 시장은 위축됐지만, 이 빈자리는 콘서트가 대체했다. 최근 빌보드가 발표한 2025 박스스코어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사인 하이브는 톱 프로모터 부문 4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세븐틴·엔하이픈이 소속된 하이브에선 월드투어로만 지난 1년간 총 4억6920만 달러(한화 약 6910억원)를 벌어들였다. 하이브는 소속 가수들이 총 213회를 공연, 전 세계에서 330만명의 관객과 만났다.

공연으로만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그룹은 스트레이키즈이다. 이들은 월드투어 '도미네이트(domiATE)'로 1억8570만달러(2734억여원)를 거둬들이며 10위. 세븐틴은 1억4240만달러(2096억여원)로 전체 17위에 올랐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K팝은 올해 톱100 투어 매출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2023년 5.1%에 비해 2년 사이에 무려 2.6%가 상승한 것이다. 콘서트의 성과는 빅4 엔터사인 SM, JYP, 하이브, YG의 매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3분기 콘서트 매출은 전년 대비 37.5% 증가한 525억원을, 하이브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2450억원으로 급증했고 JYP엔터테인먼트는 342% 증가한 620억원, YG엔터테인먼트는 508억원을 벌어들였다.
한 대형 엔터기획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팬들이 판매량·차트 순위를 위해 앨범을 사재기하고 스트리밍을 했지만, 이제는 이러한 것보다 실질적으로 본인들이 경험할 수 있는 걸 추구하고 있다. 아직 콘서트를 열기에 무리인 가수들도 팬사인회의 확장 버전인 '팬콘서트'를 하는 것이 이러한 요청이 실제로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 공연을 보고, 즐기는 것으로 만족감을 채우는 팬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앨범 판매량은 감소하더라도 공연 수요나 매출은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alice0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