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올해 주요 시장 대비 부진을 겪은 인도 증시가 내년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크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지속 여부, 기업 실적이 내년 인도 증시 흐름을 판가름할 양대 요인으로 꼽힌다.
31일(현지 시간) 비즈니스 스탠다드(BS)에 따르면, 인도 증시 벤치마크 지수인 니프티50 지수와 센섹스30 지수는 올해 들어 이달 26일까지 각각 10.1%, 8.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신흥 시장 대비 약 25%포인트, 글로벌 증시 대비 약 15%포인트 뒤처진 것으로, 2020~2024년 연평균 20% 이상이었던 인도 상장사들의 수익 성장률이 올해 5~6% 크게 둔화한 것에 기인한다.
실제 올해 현재까지 미국 나스닥 지수는 22.2%, S&P500 지수는 17.8% 상승했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72.1%, 홍콩 항셍 지수는 28.7% 올랐고, 일본 닛케이 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각각 27.2%, 18.3%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인도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인도 증시가 내년 강세장을 연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상품 및 서비스세(GST) 개편과 소득세 인하, 공무원 급여 인상 등 정부 개혁이 향후 12개월 동안 재량 지출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카넬리안 자산운용(Carnelian Asset Management & Advisors)의 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비카스 케마니(Vikas Khemani)는 "인도 중앙은행(RBI)이 사상 최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바탕으로 성장을 적극 지원 중이고,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9.25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인도의 제조업 활동이 여전히 활발함을 보여 준다"며 "이러한 요인들이 기업 실적의 유의미한 회복과 민간 자본 지출 재개를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마니는 니프티50 지수의 내년 목표치로 2만 8000~3만 포인트 범위를 제시했다.
줄리어스 베어 인디아의 전무이사 겸 수석 고문이자 주식 투자 및 전략 책임자인 루펜 라즈구루도 비슷한 논리를 펼쳤다. 인도의 글로벌 시장 대비 부진한 실적이 내년에는 반전될 수 있다며, 니프티5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수익이 차기 회계연도(2026/27회계연도, 2026년 4월~2027년 3월)에 약 1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라즈구루는 "차기 회계연도의 수익 성장은 금융·재량 소비·통신·비철금속·정보기술(IT)·필수 소비재 부문이 주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인도 증시에 부담을 준 또 다른 주요 요인은 전 세계적인 AI 투자 열풍이었다. AI 테마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며 상대적으로 AI 이슈가 부족했던 인도는 투자자 관심에서 배제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투자자들이 AI 관련 자본 지출을 분석하고 하이퍼스케일 기업들의 투자수익률(ROI)을 평가함에 따라 글로벌 대형 기술 기업들이 2026년 숨고르기에 돌입할 수도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인도의 부진한 실적 반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삼비티 캐피탈의 포트폴리오 관리 서비스 부문 이사 겸 수석 책임자인 프라바카르 쿠드바는 "미국 대형 기술주와 AI 관련 주식에 유동성이 집중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인도는 글로벌 시장과 유사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뚜렷한 디커플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AI 열풍'이 진정되고 자본이 미국 기술주 시장에서 이탈하기 시작한다면 인도는 성장 자본을 유치하는 데 최적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셀러스 투자운용의 공동 창립자인 프라모드 구비는 AI 관련 투자를 제외하면 전 세계 시장의 상당 부분이 의미 있는 상승세를 보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구비는 "인도의 지속적인 시장 호조를 위해서는 기업 실적이 급격히 회복되어야 한다"며 "AI 거품이 붕괴될 경우 인도는 전 세계 비(非)AI 관련 주식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AI 관련 주식의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인도는 계속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hongwoori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