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고급백화점 체인 구조조정 따른 대대적 지형변화 불가피 전망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의 상징적인 럭셔리 백화점 체인인 삭스 피프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와 니먼마커스(Neiman Marcus)를 거느린 '삭스 글로벌(Saks Global)'이 자금난으로 사실상 파산보호 신청 수순에 들어가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했다. 아직 법원에 공식적으로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하진 않았으나, 회사는 채권단과 신규 자금 조달 및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삭스 글로벌은 마크 메트릭 CEO가 물러나고 리처드 베이커 집행의장이 신임 CEO를 겸직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회사가 이르면 다음 주 중 미국 연방파산법 챕터11(Chapter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긴박한 상황에서 단행됐다.
삭스 글로벌의 위기는 2024년 단행한 니먼마커스 인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당시 약 27억 달러(3조7000억 원)에 니먼마커스를 인수하며 북미 최대 럭셔리 유통그룹을 꿈꿨으나, 인수 과정에서 떠안은 막대한 부채가 고금리 환경과 겹치며 결국 재무 건전성을 크게 훼손했다. 삭스 글로벌은 최근 만기가 도래한 1억 달러 이상의 채권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를 키웠고, 현재 법정관리 하에서도 영업을 이어가기 위한 'DIP 금융(법정관리 기업 운영자금 대출)' 조달을 위해 채권단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환경 변화도 악재로 작용했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명품 백화점 채널의 성장세가 꺾인 데다, 자금난으로 납품 대금 지급이 지연되자 일부 명품 브랜드들이 공급을 줄이거나 조건을 강화하면서 매출이 악순환에 빠졌다. WSJ에 따르면 최근 분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했고, 순손실 규모도 확대됐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삭스 글로벌은 '30년 삭스맨' 마크 메트릭을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1995년 입사 후 오랫동안 조직을 이끌어온 메트릭 대신, 그룹을 총괄해온 리처드 베이커 의장이 전면에 나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을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100년 안팎의 역사를 지닌 삭스 피프스 애비뉴와 니먼마커스 등이 한꺼번에 구조조정 테이블에 오르면서 미국 럭셔리 백화점의 대대적인 지형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파산 절차가 본격화될 경우 대규모 점포 폐쇄와 자산 매각, 임대 재협상 등이 이어지며 명품 브랜드들의 유통 전략에도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