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봉·한우·상품권까지… 기부금이 '장성 복지비'로 변질
감사원 "병사 중심 원칙 무너져"… 국방부 "관리체계 전면 재점검"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각 군(軍)이 "기부금은 병사 복지에 우선 사용하라"는 국방부 훈령을 어기고, 상당 부분을 직업군인-특히 장성급을 위해 써온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민 기부금이 군 내부 '보상금'처럼 운용됐다"며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감사원이 8일 공개한 '국방 분야 공직기강 특별 점검' 결과에 따르면 육·해·공군과 해병대는 2020~2024년 사이 총 588억6218만원의 기부금을 받아 그중 546억7849만원을 집행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56.7%인 309억9410만원은 목적·수혜자 기록이 없어 '사용처 미확인'으로 분류됐다.

실제 의무복무 병사만을 위한 집행액은 전체의 8.1%(44억3530만원)에 그친 반면, 직업군인 전용 사용액은 12.1%(66억125만원)이었다. 병사와 간부가 함께 썼다는 명목의 126억4784만원(23.1%) 역시 직업군인 중심으로 소비된 사례가 다수였다.
대표 사례도 적나라하다. 한 군 병원은 기부금 891만원으로 한라봉 165상자를 구입해 입원 장병에게 나눴지만, 155상자가 장성급에게 돌아갔다. 병사 몫은 단 3상자였다. 또 다른 부대는 명절 선물 예산 1052만원으로 장성급 16명에게 1인당 12만5000원짜리 한우 세트, 하급 장교·부사관에는 평균 1만2700원, 병 80명에게는 1만원 상당의 피자·햄버거만 지급했다.
일부 부대는 기부자의 지정 목적조차 변경했다. 직업군인 중 '모범 간부'를 뽑아 1인당 50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거나, 해외여행비로 1인당 67만원을 쓴 사례가 있었다. 훈련 종료 후 지휘부 간부들이 "수고했다"며 1920만원을 나눠 가진 경우, 체육대회 상품으로 호텔 숙박권·골프채·백화점 상품권(670만원 상당)을 구매한 사례도 감사보고서에 포함됐다.
감사원과 국방부·각 군이 함께 실시한 점검에서는 보안기강 해이도 적발됐다. 암호장비를 PC에 꽂아둔 채 방치하거나 군사비밀 보관함을 잠그지 않은 사례가 다수였고, 일과 후에도 2·3급 비밀문서를 책상 위에 그대로 둔 사례가 확인됐다. 이로 인해 52명이 경고, 19명이 주의 조치를 받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민의 선의로 조성된 기부금이 병영복지 개선 대신 간부향·장성향으로 왜곡돼 왔다"며 "기부금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병사 중심의 사용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각 군의 회계·복지 예산 운용 지침을 재점검하고, 기부금 사용 내역에 대한 전산 관리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