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 대행 체제서 2연승···"선수들 더 뭉쳐서 노력했어"
[장충=뉴스핌] 남정훈 기자 = 성적 부진 속에 우리카드와 동행을 마친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의 이별은 선수단에 큰 울림을 남겼다. 지도자가 팀을 떠난 뒤, 선수들은 아쉬움과 미안함을 가슴에 품은 채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코트에 나서고 있다.
우리카드는 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4라운드 홈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3-0(25-23, 25-22, 25-22)의 완승을 거뒀다. 깔끔한 승리였다.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홈 팬들 앞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박철우 감독대행 체제 이후 우리카드는 빠르게 분위기를 바꿨다. 지난 2일 OK저축은행을 꺾으며 4연패의 늪에서 벗어난 데 이어, 이번에는 리그 선두 대한항공마저 제압하며 2연승을 질주했다.
이 승리로 우리카드는 시즌 성적 8승 12패, 승점 24를 기록하며 6위를 유지했지만, 5위 OK저축은행(9승 11패·승점 28)과의 격차를 4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침체됐던 흐름 속에서 반등의 실마리를 확실히 잡은 셈이다.
이날 경기 전부터 승부의 키는 분명했다. 대한항공은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과 임재영이 모두 부상으로 빠지며 리시브 라인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박철우 감독대행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러셀과 정한용을 향해 서브를 집요할 정도로 집중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예고된 전략은 그대로 적중했다. 우리카드는 강한 서브로 대한항공의 리시브를 끊임없이 괴롭혔고, 흐름을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외국인 공격수 하파엘 아라우조(등록명 아라우조)는 양 팀 최다인 20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고, 아시아쿼터 알리 하그파라스트(등록명 알리) 역시 결정적인 순간마다 득점을 보태며 힘을 보탰다. 여기에 세터 한태준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미들블로커 박진우의 블로킹과 속공 가담이 어우러지며 완성도 높은 경기가 만들어졌다.

경기 후 아라우조는 "대한항공처럼 강한 팀을 상대로 이겨서 기분이 정말 좋다"라며 "팀 전체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경기였다. 봄배구를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싶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블로킹 4개를 포함해 7득점을 기록한 박진우 역시 "오늘 승리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 흐름을 이어 남은 경기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태준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승리를 쌓아가고 싶다"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연승으로 분위기가 살아나자, 자연스럽게 파에스 전 감독의 이름도 화제에 올랐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30일 성적 부진을 이유로 파에스 감독과 상호 합의 하에 결별했다. 2023-2024시즌 정규리그 2위를 기록했던 우리카드는 파에스 감독 체제에서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꿈꿨지만, 지난 시즌 4위에 머물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 역시 6승 12패에 그치며 반등의 계기를 만들지 못했고, 결국 팀을 떠나게 됐다.

선수들의 마음은 복잡했다. 감독의 책임만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라우조는 "파에스 감독님이 잘못해서 팀을 떠나신 게 아니다. 감독님이 나가신 뒤 우리가 이긴 것도 그분 덕분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라며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이 컸고, 이 일을 계기로 선수들끼리 더 뭉쳐서 노력하게 됐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박진우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는 "감독님이 나가신 뒤 솔직히 분위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감독대행님이 이럴수록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고 강조하셨고, 선수들끼리 하나로 뭉치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돌아봤다.
한태준은 "한 팀의 일원으로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는 것 같았다"라며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몇 경기만 더 이겼더라면 감독님이 계속 팀에 계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훈련 때 스스로를 더 몰아붙였다. 다른 선수들도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파에스 감독이 남기고 떠난 말 역시 선수들의 가슴에 남아 있다. 박진우는 "좋은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라고 전했고, 한태준은 "시릴옹 코치님이 '여기서 멈추지 말고 네 플레이를 계속하라'고 해주신 말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했다.
아라우조는 "떠나는 순간까지도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파에스 감독과 시릴옹 코치 모두 정말 좋은 분들이라 지금 우리 상황도 기뻐하실 것 같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고 응원해 주셨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