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다시 상종 못 갈까 우려해
패스트트랙 카드로 환자 안심시켜
권역 벗어나 수술받으면 연계 NO
수도권 쏠림 방지 강조하는 복지부
전문가 "권역 내 제한 풀어야" 비판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암 판정을 받은 A씨는 항암제를 투여하는 케모포트(카테터)를 삽입한 뒤 병원 안내에 따라 퇴원 후 집 주변에 있는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발열이 발생하면서 요양병원은 상급종합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안내할 뿐 시술받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연계하지 않았다. 지역에 사는 환자에게는 중증·응급 상황일 경우 상급종합병원으로 연계되는 패스트트랙제도가 적용되지 않았다.
A씨의 보호자는 "요양병원에서는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라고만 안내해 서울로 올라가면서 응급실에 직접 전화를 돌렸다"며 "암 판정받은 병원이 아닌 다른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은 의정갈등 사태가 해소되지 않아 받아주기 어렵다고 했다"고 했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비중증 환자가 안심하고 지역 2차 병원을 이용하도록 상급종합병원 진료 필요시 빠르게 진료받을 수 있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 '권역'에 갇힌 패스트트랙 제도…지역 암 환자 응급상황에 '무용지물'
패스트트랙 제도는 지난 정부에서 의료개혁을 추진하면서 도입된 제도다. 복지부는 지난해 상급종합병원을 응급·중증 환자 중심 병원으로 만들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추진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지역의 2차 병원(종합병원·병원)에 환자를 보내면 수가를 받는 정책도 포함돼 있다.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를 다시 받지 못하게 될까 봐 불안함 등으로 2차 병원 전원을 꺼려하자 복지부는 패스트트랙 제도 카드를 꺼냈다. 2차 병원 의사가 판단해 중증 의심 소견이 있는 경우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고 입원할 수 있도록 병원 간 연계 체계를 만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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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복지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설명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제도는 '권역 내 진료협력 기관 간'으로 묶여 있다. A씨처럼 지역에 사는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내려오면 권역을 벗어나 수술 병원으로 바로 연계되지 않는 것이다.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환자가 애초에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안 가면 되지만 A씨처럼 현재 지역 의료 수술 등의 한계로 권역을 벗어나야 하는 사례는 다수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도 설계 당시 필요 없이 대학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아 지역 안에서 해결한다는 취지가 강했던 것"이라며 "다만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은 권역 밖에서 오는 분들이 많고 그 부분은 정부가 추가적 개입이나 정책 범위 안까지 포함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가장 좋은 것은 지역 책임의료기관이라고 말하는 (지역의) 대학병원을 가는 것이 제일 바람직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라며 "자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과 전국의 2차 병원을 연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 전문가 "수도권 방지 취지 우선할 때 아냐…지역-서울 통로 열어야"
전문가들은 의료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패스트트랙 제도를 '권역 내 진료 협력 기관'으로 묶은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권역 외 환자도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환자나 보호자가 아니라 2차 지역 병원이 주도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연계하는 쌍방향 패스트트랙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주환 서울대 의대 교수는 "바람직한 패스트트랙 제도는 사는 지역 내 3차 병원 안에서 운영되는 것이지만 현실은 붕괴돼 있다"며 "인프라 준비가 안 돼 있는데 무조건 지역내로 가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방지 차원이라는 복지부 입장에 대해 오 교수는 "그렇다고 해서 지역에서 해결을 못 하는데 환자를 (다시 지역으로) 내려보내면 안 된다"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내에서 치료 완결성을 갖추지 못한 질환은 권역 바깥이라도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A씨의 사례만 드러났을 뿐 그런 사례는 수만 건일 것"이라며 "(권역 외 환자들에게는) 패스트트랙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했던 복지부의 말이 거짓말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과 전국 2차 병원 연계가 불가능하다면 패스트트랙 제도를 하지 말고 환자도 내리지 말아야 했다"며 "수도권 쏠림 취지를 우선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부는 수도권 방지 성과 속에 놓치고 있는 것이 환자의 안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 제도는 환자가 어느 지역으로 가든 쌍방향이어야 하고 복지부는 그 통로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 대안에 대해 하 교수는 "지역 2차 병원은 환자가 나빠지면 책임을 져야 하니까 환자가 수술했던 병원에 올릴 수 있는 경로만 만들어지면 보상이 없어도 올릴 것"이라며 "이미 환자가 차 있는 상급종합병원이 환자를 받도록 유도하고 수도권 쏠림 방지를 유지하려면 급성기 내 환자는 2차 병원이 연락했을 때 무조건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sdk199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