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60km가 넘어가는 싱커 구사···일본과 평가전에서 무너진 불펜진 해결사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한국 야구 대표팀의 오랜 고민 과제는 분명했다. 경기 후반 한 이닝을 완벽하게 책임질 수 있는 '확실한 불펜 에이스' 부재다. 그 고민을 해소할 새로운 수호신 후보가 등장했다.
세인트루이스 지역 매체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18일(한국시간) "라일리 오브라이언이 다가오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 합류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매체에 따르면 오브라이언은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표팀의 요청을 이미 수락했으며, 현재는 구체적인 일정 조율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이제 남은 절차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통한 소속 구단 세인트루이스의 공식 허가뿐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오브라이언은 한국에서 태어난 어머니를 둔 혈통 덕분에 WBC 규정상 한국 대표팀 소속으로 출전할 수 있다. 그는 '준영'이라는 한국식 미들네임을 가지고 있을 만큼 뿌리에 대한 자부심도 분명하다. 류지현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네 차례나 미국을 방문해 한국계 선수들과 접촉하며 설득 작업을 이어왔고, 그 과정에서 오브라이언의 마음을 얻어냈다.
오브라이언은 한국 대표팀 합류에 대해 "어머니의 나라를 대표해 뛸 수 있다면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며 "우리 가족 모두가 이 기회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출전하게 된다면 어머니와 외할머니께 이 경험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결심에는 또 다른 한국계 빅리거의 조언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23년 WBC에서 최초의 한국계 혼혈 선수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토미 현수 에드먼(LA 다저스)이 오브라이언의 대표팀 합류를 적극 추천했다. 당시 에드먼은 성적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팀을 위해 헌신하며 한국 야구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에 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된 상황이지만, 후배에 경험을 전하며 대표팀 전력 강화를 도왔다.

오브라이언은 "에드먼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정말 좋은 기억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도전해 보라. 분명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그 말을 듣고 나니 기대감이 커졌고 결정을 내리는 데 큰 힘이 됐다"라고 밝혔다.
오브라이언의 합류가 특히 반가운 이유는 2025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그의 압도적인 퍼포먼스 때문이다. 그는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8라운드 전체 229순위로 탬파베이에 지명된 뒤, 2020년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되며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았다. 2021년 빅리그 데뷔 후 시애틀을 거쳐, 2024년부터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었다.
2024시즌 평균자책점 11.25로 고전했던 그는 2025시즌을 앞두고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모했다. 시즌 초반 추격조로 출발한 오브라이언은 8월 이후 마무리 역할까지 맡으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42경기에서 48이닝을 소화하며 3승 1패 6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2.06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196에 불과했고, 시즌 막판에는 팀의 뒷문을 책임지며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한때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던 제구 문제도 개선했다. 팔 각도를 낮추는 투구 폼 변화를 통해 제구 안정성을 확보했고,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최고 시속 162.5km에 이르는 싱커를 비롯해 횡 움직임이 큰 슬라이더, 낙차가 뛰어난 커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이 세 가지 구종을 유기적으로 조합해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압도했고, 탈삼진 행진을 이어갔다.
현재 대표팀 불펜 구성 상황을 고려하면 오브라이언의 존재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대표팀은 지난 9일 1차 캠프를 위해 사이판으로 이동했다. 캠프 명단에 포함된 불펜 투수는 유영찬(LG), 정우주(한화), 조병현·노경은(이상 SSG), 배찬승(삼성), 김영규(NC), 박영현(kt), 김택연(두산) 등이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확실히 통할 만한 강속구 투수는 많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일하게 강속구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서현(한화)은 제구 불안과 구위 하락으로 인해 1차 캠프에서 제외됐다. 자연스럽게 대표팀은 경기 후반을 책임질 '확실한 카드'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 오는 3월 7일 WBC 1라운드에서 일본과 맞붙는다. 결승 토너먼트 진출을 놓고 벌이는 사실상의 분수령이다. 여기에 체코, 대만, 호주까지 같은 조에 포함돼 있어 한 경기라도 방심할 수 없다. 리드를 잡았을 때 경기 후반을 책임질 불펜진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셋업맨과 마무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오브라이언의 합류는 대표팀에 '천군만마'와도 같은 존재다. 한 이닝을 확실하게 지켜낼 수 있는 카드가 추가되는 순간, 한국 대표팀 불펜의 그림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