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조항 둠으로써 소수정당 의회진입에 이중 장벽 설정"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헌법재판소가 유효투표의 3% 이상 얻은 정당에게만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하는 현행 공직선거법 제189조 1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국회가 거대양당 체제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군소정당의 참여 기회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9일 헌법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의 3% 이상을 득표했거나, 지역구 의석 5석 이상을 차지한 정당'에만 비례 의석을 배분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제189조 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이른바 저지조항 또는 봉쇄조항이라고 불리는 해당 조항은 의회 내의 군소정당의 난립을 방지해 안정적인 의회운영을 도모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앞서 노동당, 미래당, 진보당, 녹색당 등은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 중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유효투표 3%를 넘지 못하자 2020년 7월14일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평등선거원칙에 위배해 선거권과 피선거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군소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례대표국회의원 의석배분의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저지조항을 폐지하더라도 군소정당의 난립으로 인해 의회 기능이 마비될 우려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우리나라는 비례대표국회의원이 46명으로 약 15.3%에 불과하다"며 "전체 국회의원선거 결과가 실질적으로 지역구국회의원의석수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에는 저지조항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부연했다.
헌재는 사실상 거대양당이 독식하고 있는 현재의 국회 사정을 지적하기도 했다. 헌재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선거제도는 이미 거대정당에 유리하고 사실상 군소정당 소속 후보자의 의회진출이 어렵도록 설계돼 있다"며 "여기에 더해 저지조항까지 둠으로써 소수정당의 의회진입에 이중적 장벽을 설정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헌재는 "국회가 국회의원 개개인보다 그들의 결사체인 정당 등 교섭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 우리 정치상황상 안정적인 교섭단체의 구성과 운영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던 점 등에 비춰 군소정당의 원내진출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국회의 원활한 운영이 저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헌재는 "거대정당들은 위성정당을 창당해 비례대표국회의원의석까지 추가로 얻고 있다"며 "저지조항은 저지선을 넘지 못한 정당에 대한 투표를 사표로 만들어 투표의 성과가치와 저지선을 넘지 못한 정당을 차별하며 사표를 증대시켜 선거의 비례성 약화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환 재판장과 정정미 재판장은 보충의견에서 "22대 국회의원선거를 기준으로,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의 3%는 약 84만 표에 해당한다"며 "광역자치단체 하나 또는 2개 이상의 중소 광역자치단체 규모에 달하는 국민의 선택을 한순간에 무효화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인바 그 헌법적 의미와 영향이 가볍게 취급돼서는 아니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형식 재판관과 조한창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저지조항 제도의 채택 여부나 저지조항을 어떤 형태로 구현할지는 일차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에 맡겨져 있다고 할 것"이라며 "저지선의 기준을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3 이상 득표한 정당으로 설정한 것이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righ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