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통신 "소박한 세리머니는 그녀의 스타일 상징"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엘레나 리바키나(세계 5위·카자흐스탄)는 소리없이 강하다. 호주오픈 여자 단식 결승 코트에서 그의 표정은 평온했다. 주먹을 크게 쥐지도 않았고 바닥에 몸을 던지지도 않았다. 조용한 제스처와 담백한 인사로 대미를 장식했다.
겉모습만 보면 리바키나는 강해 보이지 않는다. 1월 31일 멜버른 결승에서 맞붙은 세계 1위 아리나 사발렌카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키는 리바키나가 184cm로 2cm 더 컸지만 체격과 분위기는 사발렌카가 훨씬 위압적이다. 팔뚝에 호랑이 문신을 새긴 사발렌카의 다혈질적 에너지와 리바키나의 절제된 태도는 극명하게 대비됐다.

리바키나는 이번 대회에서 서브 에이스 47개를 기록했다. 여자부 최다다. 2위 사발렌카의 27개와는 격차가 컸다. 스트로크 속도와 각도 역시 투어 최고 수준이었다. 조용한 외형 뒤에 숨은 공격력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AP통신은 "리바키나의 소박한 세리머니는 그의 스타일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잠시 주먹을 쥐었다가 상대와 주심에게 인사한 뒤 라켓을 가볍게 두드리며 팬들에게 손을 흔드는 장면이었다. 메이저 우승이 확정된 순간의 통상적인 환호와는 거리가 멀었다.

리바키나는 우승 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고 말했다. 2022년 윔블던 첫 메이저 우승 당시에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나아졌다고도 했다.
리바키나는 이번 승리로 세계 랭킹 1위 선수를 상대로 통산 9승째를 올렸다. 현역 선수 가운데서는 비너스 윌리엄스에 이어 두 번째다. 세계 랭킹 제도가 도입된 1975년 이후 1위 선수와 10번 이상 맞붙은 선수 중 승률 1위 역시 리바키나다. 15경기에서 9승 6패, 승률 60%다.
리바키나는 세계 랭킹 10위 이내 선수를 상대로 10연승이다. 지난해 WTA 투어 파이널스와 이번 호주오픈에서 연속으로 세계 1위와 2위를 모두 꺾고 우승했다. 세계 1, 2위가 모두 출전한 대회에서 두 차례 연속 정상에 오른 것은 리바키나가 처음이다.

사발렌카와의 상대 전적은 여전히 7승 8패로 열세다. 그러나 결승전만 놓고 보면 4승 1패다. 중요한 순간에는 리바키나가 강했다.
1999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리바키나는 체조와 피겨스케이팅을 거쳐 테니스로 방향을 틀었다. 큰 키가 계기가 됐다. 2018년 카자흐스탄의 지원을 받으며 국적을 바꿨다. 2022년 윔블던 우승 당시에는 러시아·벨라루스 선수 출전 금지 여파로 랭킹 포인트를 받지 못했지만 이번 호주오픈 우승으로는 온전히 포인트를 챙겨 다음 주 세계 랭킹은 3위다.
psoq133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