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둘러싼 韓 규제...미국, "자국 기업 차별 말라" 압박
연준, 이해충돌 규정상 직접 개입 한계...정부에 '심리적 압박' 우려도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의장의 뒤를 이을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 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하면서 한국 유통업계와 금융권의 이목이 동시에 쏠리고 있다. 세계 경제의 사령탑인 연준 의장 지명자가 한국 대표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의 모회사 쿠팡아이앤씨(쿠팡Inc) 사외이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워시 지명자가 쿠팡Inc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쌓은 인연이 향후 '후광효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쿠팡 나스닥 상장 주역...거버넌스 체제 구축 일조
2일 쿠팡에 따르면, 워시 지명자는 2019년부터 쿠팡 모회사 쿠팡Inc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사회 내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회사의 경영 구조와 프로세스를 감독하며 김범석 의장의 비전 실현을 도운 핵심 인물로 분류된다. 특히 쿠팡Inc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안착시키는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워시 지명자는 지난해 6월 기준 쿠팡Inc 주식 47만4126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종가 기준 약 940만 달러(약 13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재계의 시선은 현재 한국 정부가 진행 중인 쿠팡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조사에 미칠 영향에 쏠려 있다. 쿠팡은 337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범부처 태스크포스(TF)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전방위적으로 사법 리스크 압박도 받고 있다. 영업정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워시의 지명은 쿠팡에 '우군'이 생긴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 경제 사령탑에 쿠팡 출신 인사가 지명된 것만으로도, 한국 정부가 규제 수위를 정할 때 한미 통상 갈등 가능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상징성만으로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측에서 '미국 기업 차별' 문제를 거론한 점도 이 같은 시각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는 우리 정부에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하지 말라"며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김민석 국무총리와 면담에서 "쿠팡 등 미국 기술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하지 말라"고 언급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쿠팡 사태가 이미 단순 기업 리스크를 넘어, 한미 통상 분쟁의 핵심 현안으로 비화한 모양새다.

◆쿠팡 '인적 네트워크' 광범위...워시 역할은 제한적 평가
또한 시장에서는 쿠팡Inc가 최근 수년 간 미국 정·관계를 상대로 로비 활동을 이어온 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상원 로비 보고서(LD-2)와 로비 추적 사이트 '오픈 시크릿'에 따르면 쿠팡Inc는 로비 비용으로 ▲2021년 101만 달러 ▲2022년 145만 달러 ▲2023년 155만 달러 ▲2024년 387만 달러▲2025년 227만 달러 등 5년 간 1015만 달러를 쓴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에서는 워시 지명자의 인적 네트워크와 쿠팡Inc의 로비 활동이 결합될 경우, 국내 사법·규제 이슈가 외교적 부담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다만 연준 의장이라는 직책의 특성상 특정 기업을 직접 돕는 것은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다. 특히 연준은 금리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으로, 개별 기업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 한국으로 따지면 '한국은행 총재'다.
연준 의장은 형식상 민간이 설립한 독립기관의 수장이지만, 법적으로는 연방 공직자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연방 이해 충돌법, 연방정부 윤리규정이 적용이 된다. 윤리 기준은 오히려 일반 행정부보다 엄격하다.
이러한 미국 연방법과 연준 윤리규정에 따라 워시 지명자는 취임 전 쿠팡Inc 이사직에서 사임하고 보유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워시 지명자는 부임하기 전에 쿠팡Inc 이사에서 사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워시 지명자가 한국 경제와 유통 산업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 입장에서 부담이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통상 이슈와 맞물릴 경우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쿠팡을 적극적으로 경제외교에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은 절차에 따라 묻되, 이와 별개로 쿠팡을 통한 한미 경제 파트너십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nr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