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계획에서 AI 활용 여부 명시 요구도
전문가 "일괄 금지보다 과목별 기준·사용 내역 공개 필요"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대학가에서 새 학기를 앞두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술 외면'이라는 비판과 함께 '공정성 사수'라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전문가는 'AI 무제한 허용'이나 '전면 금지'라는 극단을 피하고 과목 특성에 맞는 맞춤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일 서울대학교에 따르면 서울대 교무처장과 교원위원, 학생위원 등이 참여하는 '원격수업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말 회의를 열고 AI 부정행위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올려 논의했다.

◆ 서울대도 부정행위 잇따라…강의계획서에 AI 활용 여부 명시?
회의에서 학교 측과 교수, 학생은 AI 활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회의에 참여한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총학 대행) 관계자는 "원격강좌에 있어서 AI를 사용한 부정행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의논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원격이라는 특성상 그 방안을 찾는 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서울대에서는 온라인 기말시험에서 학생들이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있었다. 교수가 AI 사용 금지를 미리 공지했는데도 일부 학생이 AI를 활용해 문제를 푼 또 다른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같은 AI 활용 부정행위 사례가 늘자 수강 신청 전에 공개하는 강의계획서에 AI 사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학생 의견은 갈린다. 시대 역행이라는 비판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옹호가 맞서는 상황이다.
서울대 미술대학원 건축학과 권모(30) 씨는 "AI 사용 자체를 개인의 자산으로 인정해야 하는 시대"라며 "강의계획서에 AI 금지를 명시하는 것 자체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지구과학교육과 하모(20) 씨는 "어떤 시대든지 간에 자신이 공부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 다른 도움을 받았으면 모두 부정행위라고 인지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시험 중 검색엔진 '구글'을 쓰면 안 된다고 알고 있듯, 앞으로 구글의 결과를 응용한 AI 활용을 금지하는 건 당연지사"라고 반박했다.
◆ 전문가 "AI 허용 시 AI 사용내역서 제출하도록 해야"
전문가는 과목 특성에 맞는 맞춤형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외국 대학과 같이 AI를 허용하는 경우 학생이 AI 사용내역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첫 주 강의계획서에 (AI 허용 범위, 부정행위로 간주되는 행위 등)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적어두는 것이 출발점"이라며 "학생에게 어느 부분을 AI에 맡겼고 어느 부분을 스스로 작성했는지 'AI 사용 내역'을 표시해 제출하게 하면 책임감 있는 사용을 유도하면서도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장은 "부정행위 여부를 따지려면 무엇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수업 초반 학생과 교수 사이에 AI 사용기준을 분명히 합의해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이어 "AI가 틀린 정보를 그럴듯하게 제시하는 '할루시네이션'을 가려낼 판단력은 결국 사람이 공부로 쌓은 기초 지식에서 나온다"며 "지금 세대는 공부량이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늘어난 세대로 교수들 역시 이런 '투 트랙' 학습 구조를 염두에 두고 교육 설계를 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yek10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