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앞두고 거래소 규제 강화 전망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디지털자산거래소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는 인적 사고 문제가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가격·규제 체계 전체를 흔드는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어 파문이 전 업계로 퍼질 것으로 보인다.

빗썸은 지난 6일 오후 7시 이벤트 리워드 지급 과정에서 직원의 비트코인 수량 입력 실수로 총 695명에게 총 62만 비트코인을 잘못 지급했다. 이는 빗썸이 보유한 비트코인 보유 수량 4만6000개의 12배가 넘는 규모로 60조원에 달하는 가격이다.
빗썸은 사고를 인지한 후 거래와 출금을 차단하고, 회수에 돌입해 99.7%를 회수했다고 발표했다. 빗썸은 이미 매도돼 회수가 어려운 비트코인은 회사 보유 자산으로 충당해 수량을 맞출 계획이며, 피해를 본 고객들도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적지 않은 파장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사고 당시 빗썸 내 비트코인의 유통량이 평소 약 4만6000개 수준에서 순식간에 66만개를 넘어섰다. 이는 전 세계 비트코인 발행량 2100만개의 약 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장부 거래 방식에 따라 빗썸이 실제 보유한 물량보다 더 많은 코인이 장부 조작만으로 유통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빗썸 측의 사후 대응에도 일부 이용자는 내부인 누군가가 고의로 장부상 코인을 생성해 유통해도 이용자가 인지할 방법이 없다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사고 직후 빗썸 플랫폼 내 비트코인 가격이 최대 15~17% 급락하며 가격 혼란이 생겼고, 이로 인한 피해자 역시 생겼다. 거래소의 내부 시스템 오류가 시장 가격에 직접적 충격을 준 것이어서 업비트 추격에 여념이 없는 빗썸의 신뢰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사태의 파장은 빗썸에 그치지 않고 전 디지털자산 업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로 그동안 거래소들이 부인해왔던 장부 거래 즉 장부상 숫자만으로 거래가 확인된 것이다. 빗썸이 실제로 보유하지도 않은 비트코인이 어떻게 수백 명의 계정에 표시될 수 있었는지가 논란의 출발점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고객 간 거래를 처리할 때 매번 블록체인 네트워크(온체인)를 거치지 않는다. 속도와 수수료 부담 때문이다. 대신 거래소 내부 데이터베이스(DB)에서 잔고 숫자만 변경하는 이른바 '장부거래' 방식을 활용한다. 외부 지갑 이동 없이 내부 전산상 잔액만 조정하는 구조다.
이번에 지급된 BTC 역시 실제 지갑에 존재하는 비트코인이 아니라, 서버 DB에 입력된 숫자에 불과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블록체인 상 존재하는 자산이 아닌 전산상 수치가 고객 계정에 반영된 셈이다.
문제는 검증 절차의 부재였다. 통상적으로는 거래소가 보유한 총 비트코인 수량을 초과해 출고가 이뤄질 경우 경고가 작동하는 '보유 자산 체크' 로직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이벤트 지급 과정에서는 해당 검증 단계가 작동하지 않았거나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유령 비트코인'이 고객 계좌에 찍히는 사태로 이어졌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거래소들이 장부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하고 있었음이 드러난 셈이어서 할 말이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 이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가 이번 사태에 대해 긴급 점검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단순 빗썸 사고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거래소까지 시스템과 내부 통제 전반을 점검해 잠재적 취약점을 발굴하겠다는 뜻을 밝혀 파장이 전 거래소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에서도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사고는 거래소의 내부 통제와 위험관리 체계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벤트나 프로모션 같은 비핵심 기능에서의 오류가 전체 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 확인돼 운영 리스크 전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향후 규제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현장조사, 운영실태 점검 강화, 내부 통제 기준 상향 등의 행정 조치가 추진될 수 있다. 이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앞두고 거래소의 규율을 강화해야 하는 방향으로 명분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dedanh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