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던진 조기 총선 승부수가 자민당의 역대급 압승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8일 실시된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은 전체 465석 중 316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1955년 자민당 창당 이래 단독 정당으로서 거둔 최다 의석이자, 전후 일본 정치사에서 한 정당이 단독으로 개헌 발의선(310석)을 넘어선 최초의 사례다.
직전 자민당 의석은 198석이었으나, 이번 선거에서 118석이 늘어나는 폭발적 증가를 기록했다. 연립 파트너인 일본유신회의 36석을 합하면, 여당이 얻은 의석수는 전체의 75%인 352석에 달한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과 자민당의 전 파트너인 공명당이 손을 잡은 '중도개혁연합'은 49석에 그치며. 직전 172석에서 123석을 잃는 참패를 당했다. 중도개혁은 지역구 289곳 중 단 7곳에서 승리하며 사실상 소수 정당 수준으로 전락했다.

◆ '사나에 프리미엄'이 만들어낸 승리
재작년부터 대형 선거에서 연패를 거듭해 왔던 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가장 큰 요인은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적 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내각 지지율에서 여당 지지율을 뺀 수치를 총리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이 값이 클수록 인기 있는 총리, 작을수록 인기 없는 총리로 인식된다. 기존의 자민당 지지층 외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총리를 지지하는가를 알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선거 전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70% 안팎에 달했고, 자민당 지지율은 30% 수준에 머물렀다. 이를 셈하면 다카이치의 총리 프리미엄은 무려 40포인트에 달한다. 전임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경우 총리 프리미엄이 플러스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수치는 5~8포인트에 불과했다.
전 정권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총리 프리미엄은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고정 지지층 외에 무당층과 중도층에서 상당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신호이며, 이는 총선 국면에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카이치 역시 자신의 총리 프리미엄을 배경으로 이번 총선을 사실상 '정권 선택' 선거로 규정했다. 그는 지난달 19일 중의원 해산 표명 기자회견에서 "총리직을 걸겠다"며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리여도 좋은가를 주권자인 국민이 정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나에 프리미엄'을 뒷배로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을 전면에 내세운 "나로 괜찮은지를 묻는 선거"로 만든 결과, 자민당에서 멀어졌던 보수층과 현역 세대를 중심으로 한 무당파층의 지지가 한꺼번에 모이며 대승을 가져왔다.

◆ '다카이치 스토리'에 열광한 젊은 유권자
다카이치 총리의 성장 스토리에 젊은 유권자들이 지지를 보내며 이른바 '다카이치 신드롬'을 만들어낸 것도 자민당 압승의 원동력이 됐다.
일본에서는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사나카쓰'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애칭인 '사나'에다가 팬 활동을 뜻하는 '오시카쓰'를 합쳐 만든 신조어로, 다카이치 총리를 응원하는 이른바 팬 활동을 의미한다.
이들은 다카이치 총리의 유세 현장마다 찾아다니며, 배지나 스티커, 포스트 등 '굿즈'를 수집하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지를 보내며 응원했다.
나라현의 평범한 샐러리맨 가정에서 자라, 기반도 인지도도 없는 상황에서 32년 전 정치에 도전했던 일, 세 번째 도전 끝에 마침내 총리 자리를 거머쥔 다카이치의 성장 스토리는 젊은 유권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됐다.
그 결과 18~29세 젊은 층에서 90%에 육박하는 압도적 지지를 끌어냈다. 이는 "정치는 변화하지 않는다"고 느끼던 젊은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불러들이며 역사적인 승리의 동력이 됐다.

◆ 다카이치 정권 '황금의 3년' 맞아
이번 승리로 다카이치 정권은 이른바 '황금의 3년'을 맞이하게 됐다. 2028년 참의원 선거 전까지 큰 선거가 없는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본인의 숙원인 '평화헌법 9조 개정' 등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 선언이 있었던 만큼, 미일 동맹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다만,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력 강화 행보가 가속화됨에 따라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