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준 등장에 위기의식 느껴
섀도우(Shadow) 반만 걸치게…감독의 독한 디테일 주문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영화 밀수의 '장도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박정민이 이번에는 북한 요원 '박건'으로 또 한 번 관객을 놀라게 할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류승완 감독과는 두 번째 만남이지만, 전작과 결이 완전히 다른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지난 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정민은 "개봉 후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고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개봉 전 편집본을 볼 때 모든 배우가 손에 땀을 쥐고 봤다"며 "음악과 사운드가 가미되니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 관객분들도 저희처럼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조인성의 '귓속말' 코칭… 죽기 전까지 담고 싶었던 얼굴"
이번 영화를 통해 본격적인 멜로 라인이 들어간 캐릭터를 소화한 박정민은 "사실 '이렇게 멜로 연기를 해야지'라고 계산하고 접근한 적은 거의 없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가장 부담스러웠던 장면으로 식당 뒤편에서 '채선화(신세경)'와 재회하는 신을 꼽았다. 박정민은 "선화와 단둘이 대화하는 거의 유일한 장면이라 상상이 잘 안 됐다"며 "그날 밤 촬영장에 조인성 형이 직접 오셔서 귓속말로 '이런 느낌으로 해보라'고 지도를 해주고 가셨다. '좋아, 좋아' 하며 응원해주실 정도로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장면"이라고 회상했다.

특히 엔딩 장면의 눈빛 연기에 대한 비하인드도 털어놨다. 박정민은 "감독님이 마지막에 선화를 계속 바라보라고 주문하셨는데 '어떻게 바라봐야 하지' 고민이 깊었다"며 "결국 한번 실수로 놓쳤던 전 연인을, 죽기 직전까지 눈에 담고 싶어 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결심하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첫 대사였던 '잘 지냈어?' 역시 감정을 싣지 않고 툭 던졌을 때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오더라. 액션조차도 단순히 치고받는 게 아니라 몸을 피하면서도 시선은 누굴 향해 있는지 계산하며 감정적으로 그리려 했다"고 덧붙였다.
◆라트비아의 추억… 류승완의 주문은 '조명을 찾아라'
박건을 연기하기 위한 외적인 노력도 치열했다. 날렵한 몸을 만들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고, 라트비아 현장에서도 틈만 나면 달렸다. 박정민은 "라트비아를 생각하면 뛴 기억밖에 없지만 그 기억이 너무 좋아 다시 가보고 싶을 정도다. '향수병' 같은 느낌"이라고 미소 지었다.
정유진과의 격렬한 계단 액션 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정민은 "액션 스쿨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던 장면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현장의 절박함이 닥치니 되더라. 서로 몸을 던져가며 찍었고 끝내 해냈을 때의 쾌감이 컸다"고 전했다.
류승완 감독의 특별한 주문도 있었다. 박정민은 "감독님이 밀수 때는 자유롭게 연기하게 두셨는데 이번에는 '조명을 찾아다녀야 한다'고 강조하셨다"며 "그림자가 얼굴에 반쯤 걸치는 식의 느와르적 조명이 많아 카메라, 조명과도 함께 연기해야 했다"고 밝혔다.
◆"박해준 등장에 위기의식… '목적 없는 삶'이 내 원동력"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박정민은 "조인성 형은 현장의 기둥 같은 존재다. 형이 하던 역할을 제가 조금이라도 나눠서 동생들과 스태프를 챙기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신세경에 대해서는 "이미 존재 자체로 힘이 되는 베테랑 배우다. 카메라 앞에서 몰입하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로 도움이 많이 됐다"고 극찬했다.
특히 황치성 역의 박해준에 대해서는 "첫 등장부터 모드가 바뀌더라. '우리가 대충 해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을 느낄 정도로 대단한 에너지를 보여줘서 자극이 많이 됐다"고 덧붙였다.
박정민은 인터뷰 말미 최근 '여심을 설레게 하는 배우', '화사의 남자' 등으로 회자되는 것에 대해 "세상이 가끔 예상치 못한 이상한 선물을 주기도 한다. '그러다 말겠지' 하고 산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작품 선택 기준과 인생관에 대해 "이제는 '꼭 해야 하는 이야기' 혹은 '내가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에 마음이 간다"며 "살면서 무언가를 노려서 얻어본 적이 없다. 어느 순간부터 노리지 않는 게 버릇이 됐다. 목적 없이 묵묵히 하다 보면 언젠가 누군가 알아봐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