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논란에 상속세 개편 논의 패러다임 전환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상속세 관련 '가짜뉴스' 논란이 경제계를 강타하면서 이번 사태로 상속세 개편 논의도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상의는 상속세 개편에 관한 국회의 입법 논의가 중단된 상황에서 세율 인하 대신 '납부 방식' 개선이라는 일종의 대안을 제시한 셈인데 '가짜뉴스' 논란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기 때문이다.
10일 정부부처 및 재계 등에 따르면, 대한상의를 관리·감독하는 산업통상부는 대한상의의 '고액 자산가 해외 유출' 통계 인용 논란과 관련해 전면 감사에 착수했다. 산업부는 해당 보도자료의 작성, 내부 검증, 대외 배포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해 즉각 감사에 착수하고, 감사 결과에 따라 담당자 문책과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단순 해명 수준을 넘어 제도적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다.
대한상의의 보도자료 논란은 이재명 대통령의 "고의적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언급과 함께 당장 경제계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대한상의는 거듭된 사과와 함께 내부검증시스템 대폭 강화 등 내부 혁신안을 내놨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통계 방식과 내용, 전문성 등의 논란이 있는 외부 자료를 충분한 검증 없이 인용함으로써 국민과 시장, 그리고 정부에 불필요한 혼란과 불신을 초래했다"는 박일준 상근부회장의 사과 언급처럼 상속세율 인하 필요성을 부각하려 부실 통계를 인용한 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대한상의가 해당 자료에서 제안한 건 현재 10년인 상속세 일반재산 연부연납 기간을 20년으로 늘리거나 최소 5년의 거치 기간을 도입하는 등 납부방식을 개선하자는 것이었다. 상속세율 인하 대신 납부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납세자의 실질 부담을 줄이고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 핵심이었다.
가짜뉴스 논란과는 별개로 상속세는 수십 년간 근본적인 제도 변화 없이 세 부담 규모만 꾸준히 커져왔다. 상속세 과세인원은 2002년 1661명에서 2024년 2만1193명으로 약 13배 급증했고 총세수 대비 상속세수 비율은 같은 기간 0.29%에서 2.14%로 증가했다. 과거 초부유층을 겨냥했던 세금이 이제는 중산층까지 체감하는 세금으로 바뀌고 있다.
현 정부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상속공제 한도 확대 등 상속세 개편 논의가 진행됐지만 실질적 진척은 없는 상황이었다. 대통령 공약 수준으로 국회에서 상속공제 확대 등이 거론됐지만 세법 심사 막판에 관련 조항이 빠지기도 했다.
대한상의에선 상속세 완화 관련 국회 논의가 중단된 상황에서 세율 인하 대신 분납 혹은 연부연납 등 납부 방식 개선을 통한 부담 완화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경제계의 상속세 개선 목소리가 '가짜뉴스' 논란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재계는 당혹스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간 공론의 장에서 상당 부분 논의가 진행돼 온 상속세 개편 논의마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상속세 등 기업 입장을 대변해 온 경제단체들 역시 한동안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가짜뉴스 논란으로 경제계의 목소리가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대통령도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 확대 필요성을 언급해 온 만큼 상속세 개편에 대한 논의가 힘을 잃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y2ki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