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Q 넷플릭스 550만주 추가 매입
워너 브러더스 인수전 발 빼,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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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넷플릭스(NFLX)가 워너 브러더스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2025년 4분기 억만장자 투자자 필립 라퐁의 대량 매수가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라퐁은 월가에서 '테크 퀀트 출신의 스토리 헌터'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인물이다. 그는 프랑스 출신으로 타이거 매니지먼트에서 잔뼈가 굵었고, 1999년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경계에 서 있는 헤지펀드 코튜 매니지먼트(Coatue Management)를 설립했다.
라퐁은 억만장자 투자자일 뿐 아니라 이른바 '타이거 컵스(Tiger Cubs)'로 통하는 엘리트 투자자 그룹의 일원이기도 하다. 타이거 컵스의 모든 구성원은 1990년대 줄리안 로버트슨의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에서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이후 상당수가 로버트슨의 자금을 등에 업고 자신들의 펀드를 창설했고, 대다수가 기술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운영했다.
코튜 역시 창사 초기부터 인터넷과 모바일, 소프트웨어, 반도체 등 IT 섹터에 집중해 온 성장주 롱-쇼트 펀드로, 상장 주식 뿐 아니라 프라이빗 벤처 투자를 동시에 운용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취하고 있다.
라퐁은 숫자만 보는 전형적인 퀀트라기보다 모델링과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테크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먼저 읽어내고, 그 변화를 주도할 기업에 장기적으로 베팅하는 투자자로 평가 받는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엔비디아(NVDA)와 같은 AI 인프라 종목을 대거 사들였다가 2025년 4분기 들어 비중을 줄였다. 해당 섹터의 비중을 축소하면서 그는 넷플릭스를 포함한 플랫폼, 인터넷 소비주의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 회전을 단행했다.
코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13F 공시에 따르면 업체는 2025년 4분기 넷플릭스 지분을 대폭 늘렸다. 2025년 3분기 말 약 61만8735주 수준이던 넷플릭스 보유 물량이 4분기 말 기준 610만주로 불어났다. 불과 한 분기 사이에 550만주 가량 추가 매입한 셈이다.

야후 파이낸스와 여러 펀드 분석 리포트는 이번 거래가 당시 주가 기준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에 해당하며, 코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넷플릭스가 최상위 핵심 보유 종목 가운데 하나로 재부상하게 됐다고 전한다.
같은 분기 코튜는 디지털 광고업체 더트레이드데스크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등 미디어·광고 관련 엑스포저(노출)를 넷플릭스로 재배치했다는 점에서 이번 추가 매입이 단순한 분산 투자가 아니라 의도된 무게 중심 이동이라는 데 월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라퐁이 넷플릭스를 선택한 데에는 두 가지 축이 겹쳐 있다. 하나는 넷플릭스 자체의 현금 흐름 및 성장 스토리이고, 다른 하나는 스트리밍과 엔터테인먼트 섹터에서 AI 및 데이터를 활용해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플레이어에 대한 선별적 베팅이다.
야후 파이낸스는 라퐁의 넷플릭스 추가 매수에 대해 꾸준한 구독 기반 현금 흐름과 지난 10년간 소비자 취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온 적응력을 높게 평가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구독형 모델 덕분에 넷플릭스는 매 분기마다 안정적인 반복 매출을 확보하고 있고, 비영어권 오리지널 콘텐츠와 광고 요금제 도입, 계정 공유 단속 등으로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와 마진을 끌어올려 왔다.
또 다른 축은 AI다. 라퐁은 AI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단순히 비용 절감이 아니라 생산·유통·마케팅 전 단계에서 재편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보고 있으며, 그 전환을 선도할 수 있는 플랫폼 중 하나로 넷플릭스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추천 알고리즘과 대규모 사용자 데이터를 이미 오래전부터 축적해 온 넷플릭스는 새로운 AI 도구들을 활용해 개인화 추천과 콘텐츠 제작, 마케팅 효율화에서 추가적인 레버리지를 얻을 수 있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
IT 섹터 조정 국면에서 넷플릭스 주가가 한동안 쉬어가는 동안 라퐁은 바닥에서 베팅하는 전략을 취했다는 해석이다.
2월26일(현지시각) 주요 외신들은 넷플릭스가 워너 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전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고 일제히 비중 있게 보도했다. 블룸버그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워너 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스튜디오 및 스트리밍 부문을 인수하기 위해 2025년 말 체결한 계약을 바탕으로 경쟁사들과 함께 약 830억달러 안팎의 거래를 논의해 왔다.
이 딜에는 HBO와 워너 브러더스 영화 스튜디오, 일부 케이블 채널 등 할리우드의 핵심 콘텐츠 자산이 포함되어 있었고, 성사될 경우 넷플릭스가 전통 미디어 제국을 통째로 흡수해 스트리밍 시대의 결정적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2월 말 워너 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이사회가 파라마운트와 스카이댄스 컨소시엄의 상향 제안을 '우호적이면서도 더 높은' 오퍼로 판단하면서 넷플릭스 측에는 사실상 가격을 얼마나 더 올릴 수 있느냐는 선택지만 남는 상황이 됐다.
넷플릭스는 결국 "이번 거래는 더 이상 재무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며, 인수 가격을 추가로 올리지 않고 협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테드 서랜도스와 그렉 피터스는 성명에서 "워너 브러더스 인수는 '있으면 좋은' 딜이지, 어떤 가격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딜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시장에 복합적인 신호를 보낸다. 단기적으로는 넷플릭스가 콘텐츠 자산과 IP(지적재산권) 풀을 한 번에 키울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HBO와 워너 브러더스의 라이브러리는 고급 드라마 시리즈와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를 보유하고 있어, 넷플릭스의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양사가 결합할 경우 스트리밍 가입자와 콘텐츠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넘버 원' 플레이어로서의 위상이 몇 년은 더 공고해질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끝까지 가격 경쟁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라퐁이 매력을 느낀 바로 그 지점, 즉 자본 배분과 재무 규율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와 PBS 보도에 따르면 워너 브러더스 인수에는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의 반독점 심사라는 추가적인 불확실성이 따라붙는다. 파라마운트와 스카이댄스 컨소시엄의 오퍼는 더 높은 가격과 함께 보다 공격적인 구조를 택하고 있고, 규제 리스크를 떠안고서라도 스튜디오 자산을 일거에 확보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 부분에서 한 발 물러서는 대신 이미 전세계 3억명을 넘어선 가입자 기반과 강력한 브랜드를 토대로 유기적 성장을 이어가는 쪽을 택한 셈이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