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80원 상단 테스트 유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관건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며 국제 유가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시장은 이번 사태를 단기 리스크오프(위험 자산 회피) 변수로 보면서도 유가 상승 폭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의 지속 기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하나증권은 사태 전개를 '충돌 기간'과 '해협 통항 리스크 강도'에 따라 세 갈래로 구분했다. 단기 충돌 후 외교적 해법이 재가동되는 경우를 최선(Best), 해협 물동량이 감소한 채 군사적 긴장이 1~2개월 이어지는 경우를 기본(Base), 해협 완전 봉쇄와 주변국 확전은 최악(Worst)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유가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베스트 60달러대, 베이스 90달러, 워스트 120달러 수준을 예상했다.
하나증권은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 코스피 조정과 외국인 일평균 5000억원 내외 순매도, 달러/원 환율 1480원 상단 테스트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수급 주도권이 개인과 ETF(상장지수펀드)로 이동했고 반도체 이익 성장과 자사주 소각 중심의 상법 개정 효과 등 구조적 호재가 유효해 충격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 최선의 시나리오는 '단기 충돌' 후 '외교 재가동'…WTI 60달러대 안착
하나증권이 제시한 최선의 시나리오는 약 1~2주간의 단기 충돌 이후 확전이 중단되고 외교적 해법이 재가동되는 경우다. 이 경우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빠르게 축소되며 국제유가는 상승분을 반납, WTI는 배럴당 60달러대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글로벌 원유 시장은 구조적으로 초과 공급 국면에 위치해 있어 실제 공급 차질이 제한적일 경우 유가는 펀더멘털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코스피 조정 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사례상 지정학적 이벤트 발생 시 지수는 평균 9~10% 조정받았으나, 이번 사태가 단기에 그친다면 조정은 일시적 충격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상승분을 되돌리며 하락 전환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원유 시장은 초과 공급 국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인한 실제 공급 차질 물량이 크지 않다면 펀더멘털을 반영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 기본 시나리오, 미국·이란 '1~2개월 충돌' 지속…WTI 90달러 상단 열려
하나증권은 중동 정세의 기본 시나리오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1~2개월간 지속되면서 해협 물동량이 감소하는 경우를 가정했다. 선박 괴롭힘, 기뢰 위협 등으로 통항 리스크가 높아질 경우 공급 지연과 물류비 상승이 동반되며 유가에는 상당한 위험 프리미엄이 반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WTI 상단은 배럴당 90달러 수준을 제시했다. 국내 증시의 경우 외국인 수급 이탈 압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과거 중동 리스크 국면에서 외국인은 일평균 2200억원 순매도했으며, 현재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일평균 5000억원 내외 순매도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148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고유가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와 안전자산 선호가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다만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증산 논의와 글로벌 재고 부담이 상단을 일정 부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았다.
전 연구원은 "원유시장은 해상 물동량 감소로 인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공급 지연과 물류비용 상승 등으로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지며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며 "다만 공급 차질 기간이 1~2개월 정도에 그친다면 본래 유가 상승을 제한하던 글로벌 원유 재고 부담, OPEC+의 증산 재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WTI 상단은 배럴당 90달러 수준까지 열어둘 것을 권고한다"고 전했다.
◆ 최악의 시나리오는 '해협 완전 봉쇄'·'정유시설 타격'…WTI 120달러 급등 가능
하나증권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 봉쇄하고 주변 정유시설까지 타격받는 상황을 제시했다. 우회 파이프라인이 존재하나 물리적 한계로 중동발 원유 수출은 큰 폭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어 이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 내외까지 급등할 것으로 봤다. 다만 해협 봉쇄는 이란의 원유 수출 통로도 차단하는 조치인 만큼 장기화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전 연구원은 "우회 경로를 통한 원유 수출이 시도되겠지만, 물리적 한계로 인해 중동으로부터의 원유 수출량이 줄어들 것"이라며 "또한 수출 항로 외에도 생산 시설 타격으로 인한 공급 차질 우려가 상존해 유가 상방 리스크가 높아진다. 이에 WTI 상단은 배럴당 120달러 내외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한편 하나증권은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은 안전자산 선호가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과거 2020년 미국의 이란 고위 인사 사살 당시에도 유가는 급등했지만 미 10년물 금리는 5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됐다.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달러/원 환율은 2분기 평균 1430원 내외로 점진 안정될 것으로 예상, 이번 중동 사태는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부담 요인이지만 반도체 중심의 이익 개선과 자사주 소각을 핵심으로 한 상법 개정 등 구조적 요인이 유효하다는 점에서 충격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dconnec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