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공격하지 못하게 완전히 무력화시켜야"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중동의 아랍국가들은 이란 전쟁이 종식되기 전에 미국이 이란을 철저히 무력화시키기를 바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시간 1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란의 보복 공습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직격탄을 맞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일부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신정체제를 더 이상 대화의 상대로 보지 않으며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때 외교 관계 복원 등 협력을 모색했던 중동 걸프만의 아랍국들은 이제 이란 정권이 무력화되지 않는 한 이러한 사태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따라서 이들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이란 정권(신정체제)이 무력화되거나 더 나아가 완전히 해체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UAE는 이란의 보복 공격을 가장 많이 받은 국가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개시한 이후, 이란이 UAE를 겨냥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은 2000기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유전과 정유설비, 공항, 항만, 호텔, 데이터센터 등 민간 시설을 겨냥했다. 그 결과 민간인 6명이 숨지고 157명이 부상을 입었다.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자 국영 석유회사 아드녹(ADNOC)의 최고경영자인 술탄 알-자베르는 "이것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외교적 해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평화로운 국가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장기적인 정치적 해결책에는 이란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역내 대리세력 등 모든 위협 요소가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 발발 전, 이란은 미국과의 협의에서 핵 프로그램 문제만 논의할 용의를 보였다. 미사일 보유 제한이나 예멘의 후티 반군,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 내 친(親)이란 민병대 등 대리세력 활동에 대한 협상은 거부했다.
이란 지도부는 전쟁 배상금 지급과 정권의 안전 보장이 전제돼야 미국·이스라엘의 휴전을 수용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은 역내 미군 기지와 미국의 주요 시설만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란의 거듭된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아랍 국가들의 분노 게이지는 크게 상승했다.
카타르의 총리 고문을 맡고 있는 마지드 알 안사리는 "이란의 공격이 카타르를 향한 뒤로 민간 시설에 대한 위협이 멈춘 적이 없다"고 말했다. WSJ는 여섯 걸프 국가 모두 민간 피해를 입었고 미국산 방공망이 없었다면 사상자는 더 늘었을 것이라고 했다.
걸프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란이 이웃국가들에 무차별적 파괴 행위를 일삼고 있는 만큼, 이번 전쟁에서 유일하게 용납 가능한 결말은 이란이 다시는 주변을 위협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압도적 화력(공습)으로 이란의 공군과 해군을 거의 궤멸시켰다고 밝혔다. 안보 수장인 알리 라리자니의 최근 사망을 비롯해 이란 수뇌부를 겨냥한 참수 작전도 반복되고 있다.
다만 이란의 반격도 멈추지 않고 있다. 현지시간 18일에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사우스파스 가스전을 공습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은 카타르 북부의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인 라스라판 산업단지에 탄도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카타르 도하대학원의 무하나드 셀룸 교수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한 채 전쟁이 끝난다면 걸프 국가들에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이대로 전쟁이 끝나고 이란이 미국의 패배와 이란의 승리를 선언한다면 그들은 (걸프만) 전 지역을 볼모로 잡고 압박을 받을 때마다 걸프국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문제는 국제적 난제로 떠올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주 이란의 해상 봉쇄를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러시아와 중국은 기권했다. 다만 군사 전문가들은 "드론과 휴대용 대함 미사일의 (전장에서 일반화된) 시대에, 미 해군조차 무력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일부 걸프국 관리들은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하르그 섬을 장악하거나 그러한 의지를 보여야만 이란이 호르무즈를 열 것이라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일본에 배치됐던 강습상륙함과 해병대 병력을 중동으로 이동시킬 것을 명했다. 이들은 약 일주일 후 이란 근해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날(현지시간 18일)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 뉴스는 미국이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확보하고 항행의 자유를 되찾기 위한 본격적인 군사적 준비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 "美, 호르무즈 해협 장악 준비...강습상륙함 '트리폴리' 이동 중"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