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기자] 주요그룹이 각각의 특색있는 전략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일부는 작은 매물을 쥐도 새도 모르게, 일부는 대형 매물에 초장부터 사생결단의 각오다.
저마다 특색은 다르지만 급변하는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당장 1년 이후를 기약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국내 경영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신성장동력원을 확보하고 업계 수성을 향해갈 수 있는 길로 M&A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내실경영에 주력하던 주요그룹들이 걸어 잠궜던 곳간 문을 열고 생존 돌파구 찾기에 나서고 있다. 대규모 투자 전략을 너도나도 발표하면서 신성장동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다만 그동안 일부 그룹들이 보여줬던 몸집 키우기식 외형 확대보다는 전략적 승부수를 띄우는 양상이다. M&A에 나서더라도 군침도는 매물에 무턱대고 덤벼들기 보다는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통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두산그룹은 단적인 사례다. M&A를 통해 기업 체질 자체를 송두리째 바꿨다. 전통적인 내수 소비재 중심의 사업에서 이제는 완전한 중공업 그룹으로 탈바꿈했다.
두산이 수년에 걸쳐 전략적으로 삼킨 먹잇감은 한국중공업(두산중공업), 고려산업개발(두산산업개발),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 등이다. 이외에도 해외에서 의욕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미국의 잉거솔랜드 등 대형 중장비 계통 사업을 인수하면서 확실한 방향성을 보여줬다.
처음 M&A에 뛰어들기 이전, 정확한 밑그림을 그리고 설정된 방향에 맞는 매물을 찾아 움직였기에 가능한 결과다.
◆ 작지만 강하게...필요하다면 꼭 산다
삼성그룹은 최근 M&A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제다. 수년간 별다른 M&A 없이 내실경영에 주력했지만 지난해부터 태도 변화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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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서초동 사옥. |
삼성은 사실, 대규모 M&A를 추진한 역사가 많지 않다. 그동안 신사업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다른 기업 문화가 삼성에 들어오는 것은 극도로 경계해 왔다.
이런 삼성이 지난해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신사업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M&A에 나섰다. 치밀한 전략으로 의료기기업체 메디슨 인수에 성공한 것이다.
이 같은 태도 변화는 해외에서 더욱 적극적이다.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최근만하더라도 삼성전자는 네덜란드 디스플레이 R&D 전문기업 리쿠아비스타를 인수했다. 이 업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핵심 기술인 EWD(Electro Wetting Display)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의 이런 변화는 최고 경영진의 방향 설정에 따른 것이다. 예컨대, 이건희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도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누구와도 손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이 국내외의 10여 곳 업체에 대한 M&A 작업에 이미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근 매각 절차에 착수한 대한통운 인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높다.
하지만 삼성그룹 관계자는 "국내에서 거론되는 매물에 대해 현재로서 인수에 나설 계획은 없다"면서 "M&A는 국내보다는 해외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도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 기업을 중심으로 M&A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룹의 또다른 관계자는 "M&A라는 것은 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필요하다면 기업이든, 사업이든 가리지 않고 반드시 가져 오겠다는 내부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 집요한 전략..강하면 이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을 한껏 달구고 있는 현대건설 M&A는 초장부터 사생결단의 각오로 뛰어든 현대家 두 그룹이 맞붙었다. 여전히 'ing'다. 현대차그룹이 뒤집기에 성공하면서 현대그룹을 제치고 인수에 한발 더 다가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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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차 양재동 사옥. |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집요하다는 게 무언지 확실히 보여줬다. 그만큼 현대건설 인수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반증이다. 현대차그룹 특유의 뚝심 문화를 M&A에 접목시켰고, 상대의 헛점을 끝까지 파고들면서 지금은 축배를 준비하고 있다.
향후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에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마무리한 뒤, 현대그룹의 모기업 격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바탕으로 적대적 M&A를 시도한다면 그 파장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자동차-철강-건설의 3각편대를 구성하고 그룹 미래 비전에 집중하겠다는 뜻만 밝힌 상태다. 올해 12조원 투자 계획을 확정했지만 당분간 M&A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게 그룹 내부의 중론이다.
포스코도 M&A에서 전략적 승리를 맛봤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3조원이 넘는 실탄을 쏟아부으면서 철강 이외의 업종을 인수한 첫 사례를 기록했다.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나서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너무 덩치 큰 매물에 손을 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었다. 매출 27조원 가량의 포스코가 11조원대 대우인터내셔널을 품기에는 가격이 만만찮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포스코는 3조 3724억원을 들여 대우인터내셔널을 거머줬다. 철강 이외에 뚜렷한 신성장원이 없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인수이지만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높았다.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통해 해외 자원 개발 분야와 함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신시장 개척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최근 매각 절차에 착수한 대한통운 인수에도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LG그룹은 그동안 대형 M&A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필요한 사업에는 적극적인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해는 LG생활건강이 시장으로부터 크게 주목 받았다. LG생건은 지난해 1월 국내 화장품 업계 3위인 더 페이스샵을 4900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10월에는 해태음료를 123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는 현재의 경영 환경으로는 업계 1위를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규모를 키우겠다는 의미보다는 최소한 2위 자리를 지키지 못하면 당장 1년 후를 장담할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이기도 하다.
CJ그룹도 미디어 분야 큰 손으로 떠오르기까지 M&A에 적극적이었다. 지난해에는 오리온그룹으로부터 온미디어를 4325억원에 인수한 것을 비롯해, 신라케이블방송과 포항종합케이블방송을 약 1000억원에 인수했다.
CJ그룹은 올해 창사이래 최대 액수인 2조 891억원의 투자를 결정한 상태다. 올해도 공격적인 영역확대가 가속화되리라는 분석이다. 그룹 내부 관계자는 "바이오 부문의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적극적인 M&A 행보를 보였던 롯데그룹은 그동안의 인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핵심역량 다지기에 돌입했다. 신격호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신성장동력은 M&A와 신규시장 진출로도 구축해 나갈 수 있지만 그동안 축적해 온 핵심역량을 심화시키는 과정이 선행될 때, 보다 강력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여러 M&A에서 각 계열사들이 과감한 행보를 보여왔다. 단적으로 지난해 계열사인 호남석유가 1조 5230억원을 들여 말레이시아 석유화학업체 타이탄을 인수했고, 롯데쇼핑이 GS마트, GS백화점 등을 인수하기도 했다. 또, AK면세점, 바이더웨이, 삼안, 이비카드, 럭키파이, 필리핀 펩시 등 다양한 M&A를 꾸준하게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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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