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누가 장혁을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 전문 배우라 했던가.
영화 ‘감기’ 인터뷰 차 마주한 배우 장혁(37)은 가히 소문난 수다쟁이다웠다. 쑥쓰러운 미소로 인사를 건넨 그는 어떤 질문에도 단답형으로 말하는 법이 없었다. 이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장혁의 열의를 그대로 보여줬다. 장혁은 생각보다 더욱 단단한 내면의 소유자였고 그간 쌓아온 내공만큼 배우생활에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었다.
다만 브라운관 속 날고뛰는 강철 체력과 달리 이날 장혁은 어딘가 지쳐 보였다. 어쩐 일이냐는 물음에 ‘아침 운동을 해서 그런가’라며 멋쩍게 웃었다. 영화 홍보에 MBC ‘일밤-진짜 사나이’ 녹화까지, 쉴 틈 없이 바쁜 일정이지만 아침 운동만은 포기할 수 없는 모양이다.
“운동을 하다 안 하면 기분이 가라앉더라고요. 배우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되고요. 집중력, 인내, 끈기, 지구력에도 좋죠. 또 땀 흘리고 샤워하면 개운하잖아요. 그 상태에서 뭔가를 시작하면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진짜 사나이’ 같은 경우도 일주일은 힘겹지만 끝나고 나면 삼 주가 안착되죠.”
장혁은 ‘감기’에서 죽음의 바이러스로 혼란에 빠진 시민과 수천 명의 감염자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구조대원 지구를 열연했다. 극중 장혁은 동정심 많고 정의감 넘치는 스크린 속 지구와 100% 싱크로율을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그의 안정적인 연기가 한몫했지만 어쩐지 지구 자체가 장혁인 듯하다.
“잘 보셨어요. 이번 영화로 처음 저를 표현했어요.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캐릭터를 만드는 거였죠. 영화가 인형극이라면 캐릭터는 인형이고 저는 인형을 조작하는 포지션이잖아요. 그런데 감독님이 이번엔 제가 인형이 되라는 거예요. 성향을 캐릭터에 넣은 적은 있어도 전면으로 나선 적은 없어서 힘들었죠. 어떤 부분을 보여야 할지 생각이 많았어요.”
개봉 이후 줄곧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감기’에서 장혁과 수애의 호흡은 하나의 흥행 요소로 작용했다. 두 사람의 환상적인 호흡은 즐거웠던 촬영 현장 분위기가 바탕이 됐다. 얼핏 생각했을 때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 게다가 진중한 성격 탓에 누구 하나 선뜻 나서 분위기를 띄울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장혁은 의외로 진지한 성격 덕에 친해질 수 있었다며 웃었다.
“수애 씨 만나고 비슷한 성향이라 느꼈어요. 뭔가 분석하고 준비하고 또 그게 납득이 안 되면 계속 고민하는 스타일이죠. 그런 점에서 저도 수애 씨도 힘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서로 공감이 되면서 친해졌죠. 거기에 (유)해진이 형까지 가세하면서 현장 분위기가 ‘진짜 사나이’ 속 생활관 같았어요. 감독님은 교관이죠(웃음). 심지어 조교인 촬영감독님, 음향감독님까지 꼬셔서 같이 술 먹고 그랬어요.”
장혁은 이번 작품으로 영화 ‘영어 완전 정복’ 이후 10년 만에 김성수 감독과 재회했다. 충무로 호랑이 감독으로 유명한 김 감독은 오케이 컷 사인 하나에도 신중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김 감독의 촬영 방식은 장혁에게 연기를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줬다.
“감독님은 배우의 성장에 도움을 줘요. 나름의 지론인데 작품 흥행과 상관없이 배우는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중이 배우에게 느끼는 것과 배우 스스로 갖고 있는 느낌은 달라요. 어쩔 수 없는 괴리감이 있죠. 물론 배우가 어떤 시도를 했을 때 대중에게 어필이 안 됐다면 그 시도는 실패죠. 하지만 분명 스스로는 성장한 거라 생각해요.”
어느덧 연기경력 16차. 장혁은 그간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화해내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하지만 계속되는 강한 배역 탓에 아무래도 ‘장혁’하면 액션 배우 이미지를 떨쳐버릴 수 없다. ‘현재진행형 배우’ 장혁은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약속했다.
“액션배우로 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액션은 계속 하겠지만 그 장르만 고집할 생각은 없다는 거죠. 여러 작품을 통해 저를 더 넓혀갈 거예요. 아직은 진행형이잖아요(웃음). 작품을 못하는 배우도 있는데 이렇게 다음 작품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아요? 그리고 그 작품에서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와 상황이 있다는 건 분명 행복한 거죠.”
“저는 아빠니까요…” ‘감기’에는 장혁과 아역배우 박민하가 호흡을 맞추는 신이 유독 많다. 더운 여름, 성인 배우도 견디기 힘든 환경에서 박민하는 어른 못지않은 폭발적인 감정 연기를 펼쳤다. 장혁은 박민하 이야기에 MBC 드라마 ‘고맙습니다’(2007) 속 서신애를 함께 떠올렸다. 그는 두 아역배우의 연기를 ‘소름 끼칠 정도’라고 평했다. 하지만 아이를 둔 아빠로서 어쩐지 아쉬운 마음도 든다. “지금 제 아들들이 다섯 살, 여섯 살이에요. 그래서인지 제 아이들 생각이 나요. 현장에서 고생하는 민하를 보면 감탄이 나오면서도 ‘저 또래는 지금 자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한편으로 안타까운 거죠. 예전에 드라마 ‘추노’ 할 때 보조 출연자 중에 세 살짜리 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가 상의를 탈의한 채 몇 시간을 뜨거운 땡볕에 있었죠. 공교롭게도 그 때 제 아이도 그 나이였거든요. 감정 이입이 돼 도저히 못 보겠는 거예요. 그래도 아이들 보고 있으면 너무 예뻐요.특히 민하나 신애 보면 딸 욕심도 나고요. 근데 이게 확률적으로 딸이라고 한다면 도전해 보고 싶지만 아들이 될 수도 있잖아요. 아들 삼 형제는 좀(웃음)….”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