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가치 평가절하→외채상환부담 증가
[뉴스핌=권지언 기자] 저금리 달러를 이용한 투자로 신흥국 성장세를 일군 이른바 ‘버냉키 거품(Bernanke Bubble)’이 꺼질 경우 통화가치 평가절하에 따라 외채 상환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터키 등 신흥시장의 타격이 클 것이며, 심지어 한국 등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21일 자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의 양적완화(QE)가 종료되면 그간 달러표시 부채를 빠르게 늘려 온 터키가 거품 붕괴의 표본이 될 수 있으며, 외환 위기가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낙관론자들 사이에서 조차 외채 상환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면에서 브라질, 인도 그리고 한국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됐던 연준의 저금리 정책으로 신흥국들은 낮은 금리의 달러표시 부채를 이용해 빌딩 등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미국 금리가 오르면서 ‘거품’이 꺼질 경우 신흥국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급격히 늘어날 수 밖에 없고, 해당국의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은행들의 줄도산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신흥시장의 경우 달러 가치가 오르는 가운데 자국통화 약세까지 겹칠 경우 달러화 표시 부채의 상환 부담은 배증한다. 올들어 터키 리라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4.5% 떨어졌는데, 골드만삭스는 달러/리라 환율이 2.2리라까지 올라 현 수준인 1.95리라보다 15%가 더 오를 것(리라 약세)으로 내다봤다.
컨설팅 업체인 파이 이코노믹스(Pi Economics)의 팀 리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거대한 버냉키 거품”이라고 경고했고,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불안감은 점차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국은 그 동안 외환보유액이 충분히 늘었고 단기외채가 감소한 데다 비교적 양호한 재정건전성 등으로 '버냉키 거품' 위험에서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뉴욕타임스는 기사에서 브라질과 인도 등과 같은 위험성이 있는 나라로 지목했다.
한편, 이번 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말 현재 한국의 단기외채 비중은 13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2분기 대외채무 잔액은 4118억 달러로 3분기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