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부산=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풍성한 아프로 펌 헤어스타일에 알이 큰 보잉 선글라스. 마무리는 머리 위에 삐딱하게 얹은 중절모.
배우 강한나보다 더 획기적이고 한수아보다 더 파격적이다. 여배우 못지않은 ‘핫’한 패션으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올라 영화팬들을 수군거리게 만든 이가 있다. 매번 예상을 뒤엎는 일본 배우 오다기리 죠(37)가 그 주인공.
올여름 영화 ‘미스터 고’에 깜짝 출연해 국내 팬들의 마음을 애태우던 오다기리 죠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레드카펫을 후끈 달궜던 패션은 다름아닌 오다기리 죠의 영화 속 캐릭터를 차용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에서 소개된 영화 ‘당신을 위한 선물’은 오다기리 죠가 클레이 애니메이션에 처음 도전한 영화다.
“이번엔 인형을 하나씩 움직인 아트한 영화입니다. 크레이 애니메이션은 인형과 사람이 융합된 독창적인 영화죠. 예술을 좋아하면 굉장히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아이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요. 물론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가족과 함께 재밌게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극중 도쿄의 한 건강식품회사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는 기지와라를 연기한 오다기리 죠는 시나리오 기획 단계부터 주인공으로 낙점돼 있었다. 그와 함께 부산을 찾은 다이 요시히코 감독이 “오다기리 죠가 안했다면 기획 자체가 없어지는 각오로 제작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물론 고맙게도(?) 오다기리 죠는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란 생소한 장르였지만 도전을 즐기는 오다기리 죠로서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시나리오만 마음에 든다면 저예산 독립영화도 문제 될 게 없는 그다.
“아무래도 처음 접했을 때 조금 다른 것과 독특하단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걸 선택합니다. 개인적으로 뭔가 새로운 걸 좋아하죠. 그런 걸 만든다는 게 상식에서 벗어나는 부분이 있겠지만 가급적 피부로 느끼고 싶어요. 물론 그 안에서도 저만의 해석과 전개로 새로운 부분을 창조하려 항상 노력하죠.”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게 어디 영화 시나리오뿐일까. 그는 특별히 해보고 싶은 게 있느냐는 물음에 가구제작이란 다소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정적이 흐르자 분위기 왜 이러냐며 너스레를 떤다. 구체적인 설명은 그 뒤에 이어졌다.
“가구가 되게 비싸잖아요. 제가 북유럽 가구를 좋아하는데 쇼파 하나도 1000만원 이러거든요. 그 돈 줄 거면 제가 만들겠어요. 직접 만들면 그만큼 들겠어요? 쌀 거 같은데(웃음)…. 평소에 생활하는 공간이 자기가 좋아하는 걸로 가득 차면 좋잖아요. 전체적인 인테리어도 제가 좋아하는 걸로 가득 채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죠.”
최근 일본영화는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비롯한 총 26편의 일본영화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일본영화가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닌 셈. 하지만 오다기리 죠는 겸손했다.
“(3.11)대지진 이후 일본영화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요. 영화를 찍기 힘든 시기는 늘 있었죠. 사실 예전엔 큰 영화사나 방송국이 대자본을 움직여야만 영화를 만들 수 있었어요. 하지만 힘이나 돈에 상관없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제작해왔던 분들이 있죠. 괴로운 시절을 극복한 제작자와 감독들이 이렇게 부산에 초청받은 것 같아요. 부산국제영화제가 그분들의 실력과 노력을 봐준 거죠. 그리고 전 아직 일본영화가 강세라고 보고 있지 않아요. 다만 실력과 열정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 분들이 분명히 있고 전 그분들을 응원하죠. 부산을 비롯한 세계적 영화제가 계속 그분들을 주목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오다기리 죠 ‘당신을 위한 선물’은 어떤 작품? |
[뉴스핌 Newspim] 부산=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