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레쥬르도 제빵 한류 영토 확장 분주
[뉴스핌=강소영 기자] '남자 주인공이 제과점에서 빵을 고른 후 매장 내 설치된 컴퓨터에서 소개팅할 파트너를 찾는다. 옆 자리에선 세련된 미모의 아가씨가 친구와 커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곧이어 비춰진 매장 간판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빵집' 파리바게뜨의 상호가 적혀있다. 2008년 인기를 끌었던 중국 영화 '페이청우라오(非城勿擾) 의 시작화면이다. '
이 장면은 중국 젊은층의 소비문화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향긋한 버터향이 후각을 자극하고, 깜찍한 데코레이션으로 눈을 현혹하는 '빵집'에서 데이트를 하거나 친구를 만나는 것은 중국 젊은이에겐 이미 익숙한 '라이프 스타일'이 됐다.
이처럼 중국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빵과 커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국 제빵시장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업종연구망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분기 중국 제과제빵 제조업의 산업규모는 418억 57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64%가 늘었다.
최근 몇 년 중국의 제빵시장은 연평균 20%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업계전문가는 올해 중국의 제빵시장 규모가 13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이 되면 2020억 위안(약 35조 75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제과제빵 시장 확대 추세가 대도시를 넘어 중소도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 중국에서 2·3선 도시로 불리는 중소도시에서 제빵시장은 연간 30%이상의 초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도시의 제빵시장 성장세가 앞으로 30년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 '성공' 유혹하는 연 30% 성장 시장
중국의 제빵시장 성장성은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10년 통계연감'을 보면 중국인의 1인당 연평균 케익류 소비량은 5.09kg이다. 이는 같은 아시아 지역인 한국·홍콩 등 지역의 1인당 연평균 소비량인 8kg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즉, 중국 소비자의 빵소비량이 다른 지역 및 국가 소비자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욱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전체 인구를 고려할 때 중국 제빵시장의 성장잠재력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성장단계에 있는 중국 제빵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제빵산업이 크게 각광을 받고있다. 중국의 정책과 기타 관련산업 발전 추세 역시 제빵시장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우선, 중국 정부는 프랜차이즈 제빵산업이 중국 농업의 구조조정과 농가소득 확대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제빵산업의 발전은 농업 현대화와 잉여 노동력의 농업진출로 연결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 IT기술 및 물류산업 발달 역시 프랜차이즈 제빵산업 발전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최근 몇년 중국 정부는 전국에 대대적인 교통망을 확충하고 운송과 물류 효율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운송시간 단축과 편리성은 상품의 신선도가 중요한 제빵산업의 비용절감과 효율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있다.
◇ 국내외 브랜드 각축, 한국업체도 선전
[일러스트: 송유미 기자] |
특히, 중국에서 빵소비는 일종의 문화생활로 자리잡고 있어 제빵업계의 고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때문에 소위 '동네 빵집'은 자리를 점차 잃고, 자본력과 유명 브랜드를 앞세운 대형 제빵업계가 중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빵소비가 '식문화'에서 '소비문화'로 바뀌면서 중국 소비자는 빵을 구입하면서 '브랜드'를 따지기 시작했고, 아늑하고 세련된 매장 분위기를 선호하게 됐다.
이같은 소비행태 변화는 제빵산업에 발달한 외국 제빵업계의 중국 진출 후 더욱 두드려졌다. 현재 중국 대도시의 제빵시장은 시장을 선점한 외국계 빵집과 최근 성장하기 시작한 중국 로컬 브랜드의 추격으로 매우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외국계 브랜드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선진시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외국계 브랜드는 방대한 자본력과 제빵 및 경영 기술력으로 중국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기때문이다.
특이할만한 점은 중국 제빵시장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외국계 브랜드 대다수가 한국·대만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라는 점. 프랑스 제빵업체 폴(PAUL)은 중국 시장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철수하기도 했다.
이들 아시아 지역 제빵업계가 중국 시장에서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새로운 제빵문화 구축과 현지화· 고급 브랜드 이미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2004년 중국 상하이에 파리바게뜨 1호점을 낸 SPC그룹은 중국에서 최초로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구워 판매하는 '베이크오프' 시스템으로 중국 소비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때까지 중국 소비자에게 '빵'이란 끼니를 간단히 떼우기 위한 부식이었고, 일반적인 빵집의 이미지는 작고 허름한 가게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는 국제화 도시인 상하이의 특성을 살려 중국인과 유럽인 등의 다양한 입맛을 고려한 제품 300여 종을 진열해 판매했다. 또한, 샌드위치·케이크와 음료 등을 추가 구성해 중국의 젊은층이 즐겨찾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2007년 상하이 1호점을 통해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대만 제빵기업 85℃도 사세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보다 중국 진출은 늦었지만, 매장수 확장은 훨씬 빨랐다. 중국 진출 3년만인 2010년 7월 중국 내 매장수가 이미 138개에 달하는 등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케익과 커피가 주력상품인 85℃는 '고품질, 합리적인 가격'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싱가포르 제빵기업 브레드토크(BreadTalk) 역시 중국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브레드토크는 이미 중국 내 300여 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고 2014년까지 매장수를 550개로 늘릴 계획이다.
◇ 맛과 현지화, 시장전략이 성패좌우
중국 제빵시장은 빠른 성장만큼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특히, 외국계 브랜드의 진출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우선, 중국 토종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외국 제빵업계의 독주를 견제하고 나섰다. 하오리라이(好利來)·크리스틴(克莉絲汀) 및 웨이둬메이(味多美) 등 다수 토종 브랜드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철저하게 직영점 운영을 고집하던 85℃는 최근 가맹점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5℃는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만 직영운영 원칙을 고수해왔다. 85℃는 직영점 제도로 추가적인 매장 확대와 경쟁업체와의 경쟁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 대중국 사업 원칙을 전면적으로 수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중국 현지기업과 협력 방식인 마스터프랜차이즈(MF) 방식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뚜레쥬르는 최근 쓰촨(四川), 허난(河南), 산시(山西), 산시(陝西), 푸젠(福建)성 등 중국 다섯개 성(省)의 기업과 잇따라 마스터프랜차이 계약을 체결하고, 2017년까지 중국 내 매장을 160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품질 경영과 내부 관리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파리바게뜨는 한동안 직영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마스터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방법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매장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고급스러운 빵집에 익숙해진 중국의 젊은 소비층은 새로운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제빵업계에서는 직접 제빵기술을 배울 수 있는 DIY 빵집 프랜차이즈가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파리바게뜨가 중국 진출 후 진행하고 있는 '케이크 교실'은 700회를 넘기며 총 2만 여명의 고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큰 인기를 끌고있다. 중국의 대표적 DIY제빵기업 피그&피쉬도 직접체험과 웰빙 전략을 내세워 사세확장에 나서고 있다. 피그&피쉬는 기존의 제빵시장에서 외국기업에 밀린 중국기업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블루오션'을 개척한 우수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팡다런' 상하이점 개장 당시 모습(왼쪽)과 팡다런의 허위광고 사실이 밝혀진후 광고모델 샤오S가 방송에서 공개사과하는 모습(오른쪽). |
중국 토종 브랜드의 반격이 매섭지만, 중국 제빵시장은 여전히 외국계 기업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최근 중국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제빵 기업은 여전히 일부 지역에 제한되어 있고, 경영능력과 기술력에서 외국 기업에 뒤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표 제빵 브랜드인 하오리라이 매장은 중국 남부에서 보기힘들고, 크리스틴은 북쪽 지역까지 세력을 뻗지 못하고 있다. 중국 각지에는 여전히 중소규모 '동네 빵집'이 난립하고 있어, 자금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외국계 기업이 시장 선점에 유리한 상태.
그러나, 화려한 점포와 브랜드 지명도만 믿고 중국 시장에 섣불리 덤벼들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중국 소비자의 의식수준이 높아졌고, 당국의 식품위생 안전 관리도 훨씬 강화됐기 때문이다.
대만의 유명 여배우 샤오S의 남편이 투자해 유명세를 탔던 제빵 브랜드 팡다런(胖達人)이 이같은 중국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최근 곤욕을 치르고 있다.
팡다런은 올해 3월 상하이에 1호점을 개장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지만 천연효모를 사용한 건강한 빵이라는 광고와 달리 유화제와 인공향신료 등 다량의 인공 식품첨가제를 사용한 것이 밝혀져 중국 소비자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싱가포르의 브레드토크도 최근 갓 구운 빵에서 머리카락이 발견돼 제품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