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조금 더 단단하고 선명한 음악과 노랫말로 무장한 루시아(심규선, 27)가 신보를 발매했다. 정규 앨범은 3년 만이지만, 매년 꾸준히 앨범을 내고 활동해왔기에 그의 얼굴이 아주 오랜만은 아니다. 이번에도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 음악을 들고 온 그의 컴백이 반갑다.
3년 만에 나온 루시아의 정규 2집 'Light and Shade'. 이번 앨범은 지난 EP '꽃그늘'이나, 많이 알려진 곡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같은 소녀같은 느낌에서 약간은 벗어나 있다. 직접 가사와 곡을 쓰고, 표현하는 작가로서 루시아가 설명하는 정규 2집은 어떤 앨범일까?
"정규는 3년 만이지만 꾸준히 1년에 한 장씩 음반을 냈어요. 10곡, 7곡이 담긴 EP를 내서 그런지 오랜 시간 수고했다기보다 쉼 없이 작업해서 '낼 때가 돼서 한 장 나왔구나, 네 번째 음반이다' 싶죠. 그간 제 화법 자체가 은유나 비유, 극적인 표현들, 고전적인 표현이 많았는데 뭐든 'Light and Shade'가 있잖아요. 아름답지만 모호한 부분이 있었어요. 멜로디와 화성, 가사도 좀 더 선명하고 직접적인 느낌을 의도했어요. 예전에 안개 같은 것에 싸여있었다면 더 또렷하게 드러내려 했죠. 또 기존의 색깔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서 어느 정도 가져가면서 발전하고 싶은 뜻을 담았어요."
'Be mine'과 '데미안' 두 곡을 타이틀로 한 정규 2집 'Light and Shade'는 챕터 1과 2로 나뉘어 후반부는 올해 하반기에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정규 앨범을 파트를 구분해 내게된 계기, 굳이 더블 타이틀곡을 선정하게 된 이유도 궁금했다.
"10곡 정도의 곡을 녹음을 했지만, 다 담지 않고 더 녹음을 해서 쌍둥이 음반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꺼번에 담기에 좀 넘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두 장으로 나눠 더 깔끔하게 완성도를 맞추자는 생각을 했죠. 연작 같은 형식으로 봐주셔도 좋고요. 더블 타이틀은, '데미안'은 제가 꼭 하고 싶었던 곡이고, 'Be mine'은 회사에서 추천을 해 주신 곡이에요. (웃음) 대중적인 요소도 있으면서, 기존에 사랑받았던 느낌을 담은 곡이 'Be mine'이라면, 이번 음반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아티스트와 제작자적 욕심이 들어간 곡이 '데미안'이죠."
정규 2집은 루시아가 직접 설명했듯이 지난 앨범들보다 좀 더 뚜렷한 의미와 심지가 돋보이는 음반이다. 특히 타이틀로 내세운 '데미안'을 두고 그는 "사랑이 전혀 없는 곳에서 미움이 솟아날 수는 없고, 빛이 없는 곳에는 어둠이 없다. 뭐든지 양 극단이 아닌 한 가지에서, 정말 절망적인 상황에서 또 희망을 얘기할 수 있다"며 "헤르만헤세가 이런 것을 철학적으로 잘 풀어낸 작가고 그게 잘 녹아든 작품이 데미안"이라고 제목으로 고른 이유를 밝혔다. 그는 더 또렷해진 음악적 색깔을 갖게 된 이유로 여행의 영향을 짚었다.
"지난해 10월 말에 스페인 여행을 갔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 800km 정도의 길을 프랑스 국경부터 바다 끝까지 도보로 횡단했어요. 생고생을 하면서 일상적인 생각보다 좀 더 깊은 고찰을 할 기회가 됐어요. 그 이후 곡들에 맥이나 심지를 넣을 수도 있게 됐고요. 만들어놓고도 이게 뭔지 모르다가 그걸 정의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고 노래에 더 힘이 생겼죠. 그 여행이 이번 음반을 만들 수 있는 추진력이었어요."
'Light and shade'는 조금 더 뚜렷한 루시아의 정체성을 담은 음반이기에, 앞서 그가 예고했던 조금은 다른 장르의 노래들도 실렸다. 기존 곡들보다 비트감이 있는 미디엄 템포의 곡 'WHO'는 물론, 좀 더 환기적인 사운드와 재즈 장르를 넣은 '누아르'도 많은 팬들에게 의외의 호응을 받고 있다.
"다행이에요. 발라드 여신이라는 굴레를 더 편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발라드 제외한 곡을 모아 EP를 내고 싶기도 해요. 예전에 제 작고 예쁜 노래를 좋아해주신 분들도 많았지만 굉장히 다양한 면이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한 가지 면을 보여드리며 데뷔를 했고, 또 다른 더 여린 꽃그늘도 했었고 지금은 좀 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곡을 발표하게 됐죠. 개인적으로 음반은 뮤지션이 그 시즌에 입는 옷이라고 생각해요. 옷이 바뀐다고 해도 뮤지션의 본질, 사람 자체가 바뀌지는 않죠. 물론 다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감사하지만요."
스스로 여성 솔로 가수라기보다는 작가로서 정체성을 밝혔던 지난 인터뷰에 이어, 루시아는 정규2집을 직접 만들면서 여러 아이디어를 냈다. 챕터를 나눈 쌍둥이 앨범과 더블 타이틀은 물론이고, 챕터2가 나올 즈음에 직접 쓴 책을 함께 만나볼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의욕이 넘치는데다, 한없이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달리는 루시아에게서 어렵지 않게 '워커홀릭'의 면모를 찾을 수 있었다. 스스로 벌인 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느라 바쁘지만, 루시아는 올해에도 6월 사운드 홀릭 페스티벌부터, 라디오와 각종 음악 페스티벌 무대 위주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실 스페인 순례길은 파울로 코엘료의 데뷔작인 '순례자'라는 책을 읽고 꼭 가보고 싶었어요. 모든 걸 중단하고 2달간 갔었는데, 창작자로서 쉽지 않은 경험을 했으니 책을 써보는 일에도 도전을 해보기로 했죠. 챕터2와 함께 나왔으면 하지만 과연 가능할까요.(웃음) 올해가 제 인생에 있어서도 대단한 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봐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겠지만 다 해낸다면 스스로를 사랑하고 더 존중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끝으로 루시아는 "춤 동작을 8시간 넘게 하느라 속옷에 살이 다 까질 정도였다"고 '데미안' 뮤직비디오에 얽힌 비하인드를 밝히며 의욕이 넘치는 작가로서의 면모를 한 번 더 드러냈다. 새로운 음악을 표현하는 데에는 거리낌이 없지만 모든 곡의 해석은 청자에게 맡겨두겠다는 말 역시 그를 '여성 작가'로 돋보이게 하는 바람과 소신이었다.
"'데미안'에는 검은 천을 이용하기도 하고 가루, 검은 모래, 꽃잎 같은 오브제들이 다양하게 사용됐어요. 이걸 나중엔 공연장에서도 이용을 해본다면 좀 더 멋진 연출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요. 앨범의 관전 포인트요? 제가 어떤 의도로 메시지를 담았는지 정확히 몰라도, 필요한 만큼, 느껴지는 만큼, 각자의 의미로 소비해주시면 만족합니다. 한분 한분의 개인적인 해석을 존중하고 필요에 맞게 노래가 사용되길 바라죠."
듀엣을 한다면? "루시아의 음악을 사랑해 주시는 분이면 OK"
|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파스텔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