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기초지수 쏠림·은행 신탁 높은 수수료 문제"
[편집자] 이 기사는 지난 4월 1일 오후 10시 12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뉴스핌=우수연 기자] "요즘은 나이드신 분들도 ELS 투자를 하시더라고요. 적금 만기가 돌아와서 돈 굴릴 곳을 찾는데 도저히 답이 없어요. 그래도 은행에서 추천하는 ELS 상품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해서 투자금액 절반정도는 넣어보려고 합니다" (30대, 금융권 직장인 A씨)
1%대로 낮아진 정기예금의 대안으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가 급격히 늘고있다. 특히 안전선호 성향이 짙은 은행권에서도 신탁형태의 주가연계신탁(ELT)잔액이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ELT는 중위험·중수익을 표방하고 있지만 엄연한 파생상품이며, 연 3%대의 ELT 상품도 위험등급상 1등급(매우 높은 위험)으로 분류된다.
지난달 31일 기준, 국내시장에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잔액은 61조5400억원으로 지난 2007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말 ELS 전체 판매량에서 신탁형태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내외로 증권사보다 앞섰다. 국민은행 ELT 판매잔액은 올해 3월 은행권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으며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3조3000억원, 2조원으로 뒤를 이었다.
금융당국에서도 이같은 ELT의 인기를 인지하고 있으나, 불완전판매 금지를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뿐 판매자체를 억제할만한 유인은 없는 상황.
금감원 복합금융감독국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권의 ELT판매 증가는 사실 최근의 일은 아니다"라며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은행권 고객의 투자가 늘어난다는 점은 우려스럽고 불완전 판매를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ELS는 시장에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위험하다는 이유로 특정 금융상품 판매를 금지하면 전체 금융시장의 핵심이나 유동성에서도 벗어나는 측면이 있다"며 "파생상품의 기본속성인 원금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투자자들이 인지하고 투자하는가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7년 이후 ELS 발행잔액 추이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예탁결제원 > |
전문가들은 ELS발행 기초자산 해외지수가 HSCEI, EURO STOXX50 등으로 쏠려있다는데 우려를 표한다. 만일 홍콩이나 유럽시장에 돌발 변수가 생겨 지수가 급락한다면 이들 기반으로 발행된 ELS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은 불가피하다.
월별 해외지수 활용 ELS 발행규모 추이 <자료=유안타증권, 예탁결제원> |
이어 "HSCEI 시장은 선물 거래량 자체도 많지 않아 유동성 우려가 있고, 코스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 국내기관들이 HSCEI 선물을 헤지수단으로 상당부분 활용하고 있어 한쪽 시장이 움직일 경우 연쇄 반응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수형 ELS의 기초자산인 코스피200, HSCEI, EURO STOXX50 중 하나가 약 40% 이상 급락해 낙인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하고 있으나, 시장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1년전만해도 100달러를 웃돌던 원유(WTI) 가격이 반토막나면서 원유자산을 기반으로한 DLS는 낙인 레벨을 크게 하회해 다수가 원금 손실을 입었다.
◆ "은행 주가연계신탁(ELT), 숨은 수수료 있다"
또한 은행은 ELS를 직접 발행할 수 없기에 주로 신탁형태로 만들어 판매하는데 이때 고객에게 1% 내외의 신탁판매 수수료를 부과한다. 만기상환 때 투자원금(신탁원본+신탁보수)과 투자수익을 돌려받기 때문에 고객은 실제로 부담하는 수수료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신탁과 ELS 발행 과정에서 고객은 상당한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신탁이라는 투자수단을 이용함으로써 투자수익률은 수수료만큼 낮아지는 셈이다.
예를 들어, 한 고객이 5% 쿠폰을 보장하는 단가 100원짜리 ELT(신탁) 상품에 투자했다고 가정하자. 은행은 증권사에서 ELS를 도매가 99원에 받아서 고객에게 100원에 판매한다. 1원의 차익은 신탁보수로 은행이 가져간다. 애초 은행이 도매가로 가져온 ELT의 쿠폰수익률은 6% 수준이지만, 고객들은 이보다 1%p 낮은 5% 쿠폰을 받아가게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기상환에 실패한다면 고객은 만기 때까지 계속해서 위험에 노출되고 고작 연 3~4%를 받아가는데, 은행은 판매만으로도 1% 수준의 높은 수수료를 받으니 불공평한 것 아닌가"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