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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리더] 정철교 로지텍코리아 지사장 "내가 삼성을 박차고 나온 이유는.."

기사입력 : 2015년05월21일 08:50

최종수정 : 2015년05월22일 10:09

"불확실하지만 도전에 대한 갈망 컸다".."사람들과의 인연이 내 삶의 자산"

[뉴스핌=김선엽 기자]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시대. 어지간한 대기업을 다녀도 늘 이직과 창업은 대부분의 직장인의 고민이자 화두다.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못 하는 건 아닐까', '근데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등등.. 때론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며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매달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을 쉽게 포기하기는 어렵다. 특히 회사 뱃지에 'SAMSUNG'이라는 로고가 박혀 있으면 더욱 그러하다.

이직과 창업을 고민하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점 CEO는 말 그대로 '꿈'의 자리다. 2년 전 삼성전자를 떠나 외국계기업 CEO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정철교 로지텍코리아 지사장(48)을 최근 뉴스핌이 만났다.
 
◆ "삼성에서의 6년 반, 그게 없었다면 내 인생은 지루했을 것"

1967년생인 정 지사장의 인생에서 이직은 지금까지 단 두 번이었다.

삼성HP로 회사 생활을 시작해 2년의 엔지니어 생활을 거친 그는 이후 영업 마케팅 팀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 1998년 HP의 아시아퍼시픽 본사인 HP싱가폴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그리고 2007년 어느 날 느닷없이 삼성전자로 이직을 결심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글로벌 기업 싱가폴 지점에서의 직장생활은 많은 국내 직장인들에게 '꿈'이다.

"와이프가 3~4일 드러누웠죠"

그럼에도 그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우리 기업에 몸담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HP에서 익혔던 노하우를 국내 최고 기업 삼성이라는 공간에서 펼쳐보고 싶었다.

로지텍코리아 정철교 지사장 <김학선 사진기자>
삼성을 택한 대가는 컸다. 연봉은 깎였고 집세도, 학비도 본인 돈으로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그 도전을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 6년 반 동안 워낙 많은 것을 삼성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정 지사장은 "시리아, 나이지리아, 케냐 등에서 해외영업을 했는데 그곳 삼성전자 직원들을 보면 정말 사심 없이 열심히 한다"며 "인도의 깊은 산골까지도 주재원이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삼성은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곳"인 동시에 "그곳에서의 근무가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그는 "돌이켜 보면, (삼성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아오지 않았었다면 인생이 너무 재미없었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 "사회 초년생 시절 함께 일했던 글로벌 인맥이 나의 자산"

삼성이라는 대기업에서 수년을 보내자 다시 몸이 근질거렸다. 워낙 거대한 조직이다 보니 본인이 하고 싶은 것에 비해 할 수 있는 것이 적었다.

그 때 조언을 해 준 이가 바로 유원식 전(前) 한국오라클 사장이다. 한국휴렛팩커드 출신인 유 전 사장은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대표이사와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미국본사 부사장을 거쳐 한국오라클 대표이사를 지낸 국내 IT업계의 거두다.

‘내가 성장하고 있는가’, ‘내가 조직에 기여하고 있는가’ 이직을 고려할 때 이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유 前 사장은 조언했다.

스스로 정체하고 있다고 생각한 정 지사장의 답은 명확했다. 정 지사장은 "누구나 한 번 꿈꾸는, 불확실한 미래이지만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며 2013년 삼성전자를 박차고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도전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사회 초년생 시절 HP에서 형성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다. 전 세계 30여개국의 로지텍 지사장 중에 그의 HP 인맥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었던 것이 로지텍과의 연이 됐다.

정 지사장은 "일본 로지텍 지사의 다케다씨를 포함해 동남아 지역 로지텍 지사장 몇몇이 HP시절 함께 일했던 이들이었다"고 소개했다.

"나도 HP에서 일 할 때는 이렇게 될 줄 상상도 못 했다" 그가 지금도 사회 초년생들에게 사람과의 인연, 특히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이유다.

◆ "부조화 속에서 조화로운 조직 꿈 꿔"

로지텍은 연 매출 2조4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회사다. 세계 30개국의 지사 중 하나를 맡고 있는 그의 어깨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런 그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부조화 속의 조화'다. '당나라 군대 같으면서도 제대로 굴러가는 회사'를 그는 꿈꾼다.

정 지사장은 "마케팅 인력은 아침에 미팅하고 밖에 나갔다가 현지에서 퇴근한다"며 "마감시한이 됐을 때 결과물이 나오면 된다"고 강조했다.

로지텍코리아의 지사장으로서 그의 목표는 또렷하다. 한국 마우스 시장에서 로지텍의 점유율을 현재의 30%에서 글로벌 평균인 50%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동시에 날로 커가는 한국 게임기기 시장에서 로지텍의 영토를 넓힐 계획이다.



인연을 만들어가는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최근 발족한 외국계 기업 한국 지사 CEO들의 모임인 GCCA(Global Company CEO Association)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지사장의 인맥은 각 분야에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다. 현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이사인 윤부근 사장 밑에서 오랜 기간 일을 배웠고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과도 가깝게 지낸다.

유원식 전 사장은 그의 영원한 멘토며 그밖에 신현삼 렉스마크코리아 지사장, 정재희 포드코리아  대표이사, 알버트 김 한국메나리니 대표이사와도 깊은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분야가 달라 회사 매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발전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듣는다"고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법정스님과 최인호 작가의 대담집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를 기자에게 추천하며 그는 인터뷰를 마쳤다.

"좋은 만남, 행복한 만남..살다 보면 가벼운 인연이 없더군요" 정 지사장은 그렇게 직원들과, CEO들과 그리고 예전 직장 동료들과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 정철교 로지텍코리아 지사장 프로필

’67 전남 구례 출생
’93 조선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04 한양대학교 석사
’93 삼성HP 입사
’98~01 HP 싱가폴
’01~05 한국HP
’05~07 HP 싱가폴
’07~13 삼성전자
’현) 로지텍코리아 지사장

◆ 로지텍은 어떤 회사?

1981년도에 스위스에서 설립된 개인용 주변기기 전문 기업으로 전 세계 마우스와 키보드 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 30여개 국가에 해외지사를 설립, 약 100여 개국에서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연간 매출은 약 2조4000억원이며 최근에는 스마트폰 및 태블릿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발맞춰 이 기기들을 위한 태블릿 키보드, 케이스, 블루투스 스피커 등의 기기를 선보이고 있다. 게이밍 역시 로지텍이 키워가고 있는 주요 영역 중 하나다. 현재 스위스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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