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디플레이션 리스크 고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유가 하락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의 매출 손실이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이와 함께 저유가가 글로벌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박을 점차 뚜렷하게 가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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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저장 시설[출처=블룸버그통신] |
불과 1년 전 업계 전문가와 투자자들은 브렌트유가 2016~2018년 사이 배럴당 평균 101달러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브렌트유가 수직 하락하며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밀린 데다 향후 수요 전망마저 흐린 상황이다. 이 때문에 2016~2018년 사이 석유 기업들의 매출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미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의 매출액은 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액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두 배를 웃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뿐만 아니라 설비 투자 감소와 프로젝트 중단으로 인한 파장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에 따른 실물경기 타격이 기존의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 전반에 걸쳐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다.
석유 업체들의 공급 축소와 프로젝트 보류가 국제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이는 단시일 안에 기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3월 배럴당 43달러까지 밀렸던 유가가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란의 핵 협상 타결과 중국 수요 둔화 우려가 맞물리면서 재차 꺾였다.
일부 투자은행(IB)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 초반까지 밀린 뒤에야 바닥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 석유업체 BP의 밥 더들리 최고경영자는 국제 유가가 장기적인 ‘U자’ 형태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유가 하락은 구리와 철광석, 금 등 주요 원자재 가격으로 확산되고 있는 데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다시 고조될 것으로 월가는 우려하고 있다.
월가 채권 트레이더들 사이에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크게 꺾인 데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10년물 국채와 같은 만기의 물가연계채권(TIPS)의 수익률 스프레드가 1.66%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또 불과 1개월 전 1.92%포인트에서 가파르게 떨어진 것이다.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하락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익률 스프레드는 투자자들이 미국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10년간 연율 기준 평균 1.66%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10년 이내에 연준 정책자들이 목표하는 2.0%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