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는 ‘보험료 인상 고려’, 중소형사는 ‘경쟁 밀릴까' 우려
[뉴스핌=전선형 기자] 금융당국의 보험규제 완화 발표 이후, 보험업계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보험료 인상을 깊이 고민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중소형사와 대형사의 양극화 현상 심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보험경쟁력 강화 방안’ 추진에 맞춰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보험료 인상에 애를 먹었던 대형사들이 적극적인 검토를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이번 보험경쟁력 강화 방안은 보험상품과 자산운용 자유화 조치를 통해 보험업계의 질적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이 골자다. 특히 보험료 산정의 근간이 되는 위험률 조정 한도(±25%)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보험상품 가격을 완전 자유화하기로 했다.
지난 7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보험업계 실무자들과 만나 현장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일단 보험사들은 이번 방안에 대해 환영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경쟁이 부담스럽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특히 중소형사들은 대형사들과의 무한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중소형 생명보험사의 관계자는 "대형사에서 가격 경쟁에 나서게 되면 양극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보험료를 올리자니 대형사들에 치일 것 같고, 그렇다고 보험료를 내리자니 보험상품 운용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되고 사후검사로 바뀌면 상품 개발단계에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지만 대형사와 비교하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표준약관이 없어지면서 무한경쟁에 도입해야 하는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형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실손보험 등 그동안 손해율 악화로 고민했던 보험상품들은 순차적으로 보험료 인상이 될 것이다”라며 “하지만 마냥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상품과 차별화를 둬, 특화상품을 개발하고 단계적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자동차보험료는 무조건 인상될 것”이라며 “다만 이번 경쟁력 방안은 이전의 규제 개혁과는 달리, 상품 심사제도를 실질적으로 폐지하고 여러 가지 제약조건 없애는 등 파격적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좀 지켜본 뒤 실행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보험경쟁력 강화 방안이 대형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쟁력 강화 방안'의 주요 내용은 보험 상품 개발과 가격, 자산운용 자유화"라며 "재무건전성 규제로 고전 중인 중소형사보다는 상품 개발 능력을 보유한 대형사가 유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금융 전문가도 "이번 경쟁력 방안은 보험사 사장들의 경영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물론 인력과 자본을 갖춘 대형사들이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은 맞지만, 사장의 능력에 따라 승패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