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과도한 진입 장벽" vs 당국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
[뉴스핌=김형락 기자] 로보어드바이저 비대면 서비스 허용 기준을 두고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자본금 40억원과 트랙 레코드 2년이 지난 업체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설명으로도 투자 일임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핀테크 혁신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비대면 일임 허용은 로보어드바이저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하지만 상당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참가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중 금융당국의 비대면 허용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는 전체의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테스트베드에 참가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33개 중 단 2곳만(쿼터백자산운용, 디셈버앤컴퍼니) 자본금 40억원 요건을 갖췄다. 시중은행과 증권사, 증권 계열 자산운용사를 포함해도 38%(총 50개 중 19개) 수준에 그친다.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로보어드바이저의 비대면 서비스 허용 기준으로 자본금 40억원 요건을 검토해왔다. 먼저 금융위는 자본금을 40억원으로 설정한 이유로 투자자 보호를 들었다. 투자자 보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배상여력이 있는 업체만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당국 설명이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은 자본금 기준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A 대표는 "일임업 자본금 요건이 자본금 15억원인데 그 두 배 이상을 요구한 건 너무나 높은 진입장벽"이라고 하소연했다. B 업체 관계자 역시 "지금 자본금 40억원 기준을 만족한 업체는 2곳밖에 없다"며 "나머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은 시장에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장에 새로운 참여자를 늘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핀테크 활성화 정책의 방향성과 맞지 않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금융위는 비대면이 허용되면 다수의 사람들에게 서비스가 가능한만큼 그에 준하는 인가 요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영수 금융위 자산운용과 과장은 "인터넷을 활용한 일임 계약은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하는 비대면 서비스라는 점에서 펀드와 유사한 성격이 있다"며 "주식형 공모펀드 운용사의 최소 자기자본 기준 40억원을 참고해 자본금 기준을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본금 기준을 맞추지 못해도 방법은 있다. 금융위가 지난달 발표한 '핀테크 혁신 활성화 방안'에는 투자 일임 계약 때 영상통화로도 설명의무 이행을 허용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김영민 금융위 자산운용과 사무관은 "영상통화가 대면 설명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 일임 계약에서 영상통화를 허용했다"며 "인터넷 허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업체들에게 비대면 활로를 열어주는 보완적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당장 증자가 어려운 업체들은 영상통화 도입에 나섰다. 이진수 아이로보투자자문 대표는 "영상통화를 도입해 비대면 일임계약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로보투자자문은 오는 6월까지 화상통화 솔루션 구축, 증권사 계좌 개설과 일임 계약 프로세스 일원화 등 영상통화 도입 준비를 마치고 올해 하반기 정부 정책 시행을 기다릴 계획이다. 현재 본사에 직접 찾아와 가입하는 고객들도 있는 만큼 영상통화만 가능해도 투자자들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코스콤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의 영상통화 플랫폼 지원을 검토중이다. 자금 상황이 열악한 스타트업의 경우 영상통화도 도입하기 어려운 처지기 때문. 코스콤 관계자는 "영상통화 솔루션 구축비용이 최대 5억원"이라며 "코스콤이 데이터와 모듈을 제공해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영상통화 설비를 구축하는 비용의 절반 이하의 가격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비대면 서비스 진입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조언한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은 금융당국이 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의 자산관리 역량을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내놓은 '징검다리 대책'"이라며 "궁극적으로 비대면 규제를 해외처럼 완전히 제거하고 불완전 판매 위험과 이해상충 문제 등은 영업행위 감독으로 해결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형락 기자 (ro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