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인수금융팀 신설…대기업 커버리지 강화
DCM에선 '신뢰 구축', ECM에선 'IPO 전후방 비지니스 강화'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키움증권이 종합IB(투자은행)로의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키움은 올해 1월 IB사업본부 내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채권자본시장(DCM)에선 '신뢰 구축'을, 주식자본시장(ECM)에선 '기업공개(IPO) 전후방 비지니스 강화' 전략을 추구하고 나섰다. 빠른 변화보단 긴 안목을 견지하는 키움증권 DNA가 IB분야에서도 이어진다.
최창민 키움증권 IB사업본부장은 지난 8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키움증권이 나가야할 IB는 종합 IB와 지속가능한 IB"라며 "특정 분야에 치우진 IB는 아니다"고 규정했다. 즉 IB분야에서 부동산 PF가 돈이 된다해서 이쪽에 인력과 자본을 집중하진 않겠다는 의미다. 리테일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반으로 서두르지 않고 장기 프로세스에 맞춰 차근차근 움직인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최창민 키움증권 IB사업본부장. 2018.05.08 yooksa@newspim.com |
최 본부장은 또 키움증권의 종합 IB를 '성장사다리'에 비유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 그로스캐피탈(중소·중견기업 성장자본 공급), IPO, Post-IPO(상장사 컨설팅), 인수·합병(M&A) 등을 연결하는 성장사다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계열사인 키움인베스트먼트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키움증권의 투자운용본부 PI팀은 그로스캐피탈과 Pre-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IB사업본부는 IPO 주관과 M&A를 지원하는 구조다.
증권사들의 먹거리인 IB사업은 고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최 본부장은 IB사업의 자체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에게 투자 수익을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IB업무를 통해 채권, 주식, 대체투자, 부동산펀드 등의 상품을 만들 수 있다. 기관투자자 뿐만 아니라 WM(자산관리) 고객들에게도 다양한 상품을 공급할 수 있어 IB사업은 고객 저변을 넓히는 주요 창구다."
키움증권은 IB 사업 초기부터 '관계지속형 IB'를 실현해왔다. 키움증권 중소·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모임 '키모로'가 증거다. 키모로는 '모이다'라는 의미의 방언 '해모로'와 '키움증권'의 합성어. 2010년 IPO팀이 신설될 때 만들어졌다. 중소·벤처기업 회원사 대표가 참여해 세미나 등 모임을 가지며 유대관계를 형성한다. 작년까지 10기 키모로가 만들어져 약 200개 기업이 참여했다. 올해 11기째다.
최 본부장은 "키모로가 있기에 키움증권이 IPO에서 성과가 나왔다"며 "키움증권이 중기 특화증권사로 선정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키모로 회원사 중 31개 기업이 코스닥에 11개 기업이 코넥스에 입성했다. 키움은 키모로를 통해 상장 이후에도 회사들과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IPO 전후로 기업과 같이 성장하는 키움증권의 관계지속형 IB 모델인 셈이다.
◆ 종합 IB 도약 발판 일환 조직개편 단행
올해 1월 키움증권 IB사업본부는 조직을 개편했다. 채권 인수, 부동산투자, 구조화금융 등 DCM을 담당하던 투자금융팀을 부동산금융팀, 인수금융팀, 투자금융팀 등 3개 팀으로 세분화하고 기업금융팀은 1, 2팀으로 나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인수금융팀 신설이다. 최 본부장은 "인수금융팀을 대기업을 커버리지 할 수 있는 DCM 전문팀으로 만들겠다"며 "궁극적으로는 그룹별 커버리지 담당 체제를 구축해 인수금융팀을 커버리지 본부로 만드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도 보강했다. 키움증권 내에서 시니어급 인력을 발탁하고 SK네트웍스 출신 재무담당자도 합류했다. 신입 인력도 충원해 총 9명으로 늘었다. 앞으로도 인력은 늘려갈 계획이다.
투자금융팀은 기존의 구조화금융, 부동산투자 업무에 최근 대형사들이 하는 에너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업무가 더해졌다. 최근 홍대역 카카오프렌즈 플래그십스토어 건물 인수도 투자금융팀이 담당했다. 부동산금융팀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주력한다.
유가증권 IPO에 대비해 기업금융팀도 1, 2팀으로 나눴다. 최 본부장은 대형 IPO를 주관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IPO를 더 잘 해보자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10기까지 온 키모로의 효율적 관리 필요성과 대표 주관하는 기업의 Pre-IPO를 강화하는 차원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최창민 키움증권 IB사업본부장. 2018.05.08 yooksa@newspim.com |
◆ DCM 신뢰 구축…가시적 성과 축적해 나가
DCM은 대형사, 특히 캡티브(계열사 내부시장)가 있는 계열 증권사나 은행계 대기업에 유리하다. 최 본부장은 "DCM을 대형사의 전유물로 생각하지만 키움증권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오고 있다"며 "종합IB를 추구하는 키움증권이 놓칠 수 없는 분야"라고 했다. 채권 발행 주관은 기업과 접촉면을 넓힐뿐 아니라 IPO, 유상증자, M&A 등 기업의 재무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A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 주관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8건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해 약 465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한 해 회사채 주관 실적이 3931억원인 점에 비춰보면 큰 변화다.
최 본부장은 빠른 시일 내 AA급 대기업들을 상대할 수 있는 위치로 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에 AA급 회사채는 꾸준히 인수단 참여하며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그는 "인수단에 들어가 신뢰가 쌓이면 주관사까지 갈 수 있다"며 "A급 회사채를 주관하더라도 잘 될 때 안 될 때 구분않고 꾸준하게 업무를 수임해왔다"고 말했다.
결과물도 서서히 나온다. 최 본부장은 "대한항공이 조달 환경이 안 좋을 때에도 자산유동화증권(ABS) 회사채를 주관했다"며 "작년에 대한항공이 유상증자할 때 대표주관은 못했지만 인수단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DCM 기반 신뢰가 없었으면 참여하기 어려운 거래"라며 "DCM 기반 신뢰가 쌓여 파트너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 IPO 전·후방 비즈니스 강화
키움증권의 IPO 성과에 대해 최 본부장은 자신감 내비쳤다. 그는 "코스닥 쪽에선 빅4 안에 들어간다고 자부한다"며 "대형 딜은 안하지만 중소·벤처기업 IPO 시장에서 의미 있는 포지션을 구축했다"고 전했다.
올해 주관한 IPO 2건 모두 상장 첫날 공모가를 웃도는 시초가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연말까지 10개의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형 IPO 주관은 중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
중소벤처와 바이오기업 IPO에 집중하는 전략은 유지할 방침이다. 최근 코스닥에 입성한 오스테오닉을 포함해 상반기 바이오기업 아이큐어와 싸이토젠이 증시에 들어올 예정이다.
중기특화증권사, 신기술사업금융업 담당하는 중기특화총괄팀의 역할도 주목할 부분이다. 키움증권 지난해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의 1000억원 규모 성장사다리 M&A 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지난해 말 750억원 규모의 M&A 전문 펀드(키움증권 M&A전략 창업벤처 전문 경영참여형 사모투자합자회사)를 결성했다.
최 본부장은 "8년 동안 30여개 기업공개를 했는데 그 중 경영권 바뀐 기업이 7~8곳"이라며 "IPO 이후 회사를 키우기 위해 M&A가 필요한 상장사에 도움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M&A 펀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말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도 마쳤다. 신기술사업금융업은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사업화하는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여신전문금융사다.
지난 3월엔 면역항암치료기술을 개발하는 엔케이맥스를 투자 대상으로 한 '키움증권-프렌드 1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만들었다. 프랜드 투자자문이 공동운용사(Co-GP)로 참여했다. 엔케이맥스는 정밀면역검사용 의료기기 개발업체인 에이티젠의 관계사다. 에이티젠은 키움증권과 키움증권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총 9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엔케이맥스는 키움증권 신기술사업투자조합과 키움증권에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총 90억원 규모의 투자금 유치했다.
올해 추가로 300억~500억원 규모의 Pre-IPO 펀드도 준비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키움증권의 IPO 업무가 벤처기업에 특화돼 있어 딜 소싱(투자 대상 발굴)은 자신있다"며 "다만 코스닥벤처펀드에 2조원 가까운 자금이 몰려 결성 시기를 조율중"이라고 말했다. 코스닥벤처펀드가 신설되며 발행물량보다 시장에 자금이 많은 상태라 편입 물건 적어 Pre-IPO 펀드 출시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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