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 했지만 윤석열 거부권으로 두 번 좌절
재추진 나선 노조법 개정안…민주당 약속 지킬까
개인손배 금지·노동자 지위 확대 등 보호범위 넓혀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21일 오전 11시,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려울 만큼 뜨겁게 햇볕이 내리쬐는 날씨였지만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는 약 700명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들은 민주노총이 이날 연 '국회 농성 돌입 기자회견' 참석자들이다. 이들 모두 손에는 '노조법 2·3조 개정안 즉각 통과'와 '노동 3권 보장!'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간간이 머리에 '단결 투쟁'이라 쓰인 빨간 띠를 질끈 묶은 이들도 보였다.
"오늘 우리는 국회 앞 농성을 시작하겠습니다. 구호를 외치고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모인 이들이 일제히 "노조법 2조 3조를 즉각 개정하고 당장 시행하라!", "노동자를 괴롭히고 노조를 탄압하는 개인손배 금지하라" 등을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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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조법 2·3조개정운동본부 조합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안 즉각 통과를 촉구하는 국회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5.07.21 chogiza@newspim.com |
◆ 불볕더위 속 피켓 든 노동자들…"李 정부, 노동권 가늠자"
소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조 3조 개정안은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2조) 노조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손배) 청구를 제한(3조)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노조법 개정안은 지난 윤석열 정부 때 민주당 주도로 두 차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 노조법 개정안 재추진을 공약했고, 이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 내 노조법 개정안 법안 처리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경제계에서 '불법 파업이 확산할 수 있다'며 법안 처리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이번에는 당시 통과됐던 법안보다 노동자 보호 범위를 확대한 내용이 포함된 만큼 민주노총은 이보다 후퇴한 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과 달리 특수고용·프리랜서 등 사각지대 노동자에 대한 노동자성 추정 조항, 개인 손배 청구 금지 조항 등이 신설됐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은 적당한 법안이 아니라, 온전하고 적합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수정된 개정안 통과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 결속 여부는 노동자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이번 농성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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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즉각 개정! 윤석열 정권 반노동정책 즉각 폐기! 노정교섭 쟁취!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7.16 pangbin@newspim.com |
◆ "민주당 약속 지켜야"…민주당 태도에 우려도
민주당이 노조법 개정에 소극적으로 나설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규우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 소외받는 국민과 노동자를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누누이 얘기했다"며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정권만 잡으면 약속한 얘기를 손바닥 뒤집듯이 하고 노동자를 기만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의원 중 민주당 의원은 이번 기자회견에 아무도 안 나왔다"며 "원래 무조건 나오지 않았냐, 그 마음 변함없으면 좋겠다"고 했다.
2022년 51일간 점거 파업을 직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으로부터 470억원 규모의 손배청구 소송을 당한 5명 중 1명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이김춘택 사무장은 "노동자 개인에 대한 손배 소송을 금지하지 않는 한 노조 탄압 목적의 손배를 막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이날부터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인다.
이에 따라 매일 오전 8시 30분, 11시30분, 오후 5시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30여명이 피켓과 만장기를 들고 주요 길목에서 선전전을 이어간다. 오후 7시에는 투쟁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