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 투자에 몰입했던 미국 투자자들 국내 주식으로 '유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해외 주식 투자에 잰걸음을 했던 미국 ‘개미’들이 뉴욕증시로 발길을 돌렸다.
지난해 두드러졌던 글로벌 주요국의 동반 성장이 올들어 주춤하는 것으로 보이자 국내 주식 베팅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진단이다.
미 달러화[사진=로이터 뉴스핌] |
29일(현지시각)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이달 들어 첫 3주 사이 미국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펀드에 44억달러의 뭉칫돈을 투자한 반면 해외 주식펀드 투자를 36억달러로 낮췄다.
지난달 해외 주식펀드로 80억달러의 자금이 홍수를 이룬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이와 별도로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는 국내 주식의 두 배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뉴욕증시가 수십 차례에 걸쳐 사상 최고치 랠리를 전개했을 때도 미국의 이른바 ‘개미’들은 국내 주식펀드 투자 금액의 4배에 달하는 자금을 해외 펀드에 베팅했다.
이달 들어 미국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뚜렷한 반전이 나타난 것은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의 성장 둔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사태를 필두로 신흥국 경제가 적신호를 나타내고 있고, 유럽 역시 이탈리아와 스페인 정치권 리스크에 발목을 붙잡힌 실정이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을 중심으로 주요 회원국의 경제 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투자자들 사이에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가 한풀 꺾였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조나단 골럽 미국 주식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유럽을 포함한 주요국들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 주식의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졌고,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미국 S&P500 기업들이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이익 성장을 이룬 데다 고용과 제조업, 소비자 지출 등 굵직한 경제 지표가 호조를 이루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도 전략 수정에 분주한 움직임이다. 뉴욕 소재 운용 자산 80억달러 규모의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는 미국 경기 전망이 상대적으로 밝다는 판단에 유럽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 유로존 ETF 보유 물량을 전량 매도했다.
다른 운용사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2월 초 이후 유럽 관련 ETF에서 28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신흥국에 대한 투자 열기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위기 상황에 투자 심리가 냉각된 데다 달러화 상승이 원자재 가격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관련 지역의 주식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선호 움직임은 관련 ETF의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이달 들어 미국 주식에 베팅하는 SPDR S&P500 ETF 트러스트가 3% 가까이 상승한 반면 아이셰어 MSCI 유로존 ETF는 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아이셰어 코어 이머징마켓 ETF 역시 1.1% 손실을 기록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