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금리 하향 안정화·물가 오름세 확대 예상
물가채 BEI 확대되며 가격 회복할 듯
[서울=뉴스핌] 민지현 기자 = 저평가된 물가연동국채(이하 물가채)에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원화 채권에 우호적인 상황인데다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시기여서 물가채 가격이 회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료=KTB투자증권> |
17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최근 10년 국고채 금리는 연 2.54%인 반면 동일 만기의 물가채 금리는 연 1.7%다. 둘 간의 차이인 84bp(1bp=0.01%포인트)를 BEI(Break Even Inflation)라고 한다.
10년 국채를 보유할 경우 매년 2.54%의 확정된 이자를 받지만 물가채를 보유하면 연 1.7%의 이자와 물가 상승률만큼의 추가 이자를 받게 된다. 1.5%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물가채는 3%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에 따라 수입 및 생산자물가지수 상승 폭이 확대됐다. 그럼에도 물가채 BEI 변동 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펀더멘탈보다 수급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재훈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 이사는 "물가채 지표물 장내 거래량은 평균 400억원 내외 수준으로 얇은 편이고, 단기적으로는 기대인플레이션이나 물가 예상 경로 등의 펀더멘탈 보다는 특정 기관들의 수급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향이 크다"며 "물가채 시장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보니, 물가채가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물가채 매매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하반기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1%대 중반 수준을 보이다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목표수준에 점차 근접할 것"이라며 "근원 인플레이션율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3분기에서 4분기로 갈수록 물가 오름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재훈 이사는 "시장의 컨센서스나 한은의 전망치를 보면 소비자 물가의 경우 기저효과로 인해 3분기보다 4분기 상승 압력이 크기 때문에 펀더멘탈만 보면 하반기 들어 점진적으로 물가채 BEI가 확대되어 아웃퍼폼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앞서 언급했듯이 물가채 시장이 얇다보니 수급이 변수"라고 강조했다.
서준식 신한BNP자산운용 부사장은 "물가채는 향후 예상되는 물가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줄 수 있고 10년 국고채와 비교했을 때 확정된 수익보다 더 높은 기대수익률이 예상된다"면서 "장기 투자기관 등이 적극적으로 매입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보험사나 연기금 같은 곳은 국고채와 같이 확정된 수익률을 좋아하는데 물가채는 수익률이 변동하기 때문에 이를 기피하는 분위기며 우리나라에서 물가채 수요가 확대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물가채는 종목과 만기별로 BEI가 차별화돼 있다. 미국 10년 BEI는 210bp, 독일 10년 BEI는 130bp 수준임에도 국내 지표물(18-5)의 BEI는 84bp 수준이다. 만기가 짧을수록 BEI는 커져 만기 3~5년 물가연동국채의 BEI는 이미 120~150bp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서준식 부사장은 "물가가 오르면 금리가 올라 채권에는 불리한데 물가채는 이런 채권의 약점을 보완하기 때문에 실제 물가 상승률 보다 조금 더 비싸게 거래 되는 것이 다른나라에서는 일반적"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거꾸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유독 BEI가 낮게 거래되는 이유는 향후 10년동안 국내 물가 상승률이 낮게 나올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 아니라 수급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물가채에 대한 주요 수요처는 보험 및 연기금이다. 6월이전 지표물이었던 16-5는 전체 잔고의 53%를 차지하고 현재 지표물인 18-5는 75%로 가장 비중이 크다.
김명실 KT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이 제한되는 한 하향 안정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유가의 급락 이슈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물가채로 매수세 유입되면서 물가채가 명목국채를 아웃퍼폼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