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추세적 상승시 물가상승...채권에 악재
외국인, 국내 채권 매수 증가 '재정거래'
[서울=뉴스핌] 민지현 기자 =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달러/원 환율 상승이 국내 채권시장에 현재까지는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 매수 규모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환율이 크게 오르면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 경기가 좋아지는 반면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물가 상승 요인이 된다. 수출 경기 호조와 물가 상승은 금리를 올려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또한 급격한 원화 약세가 진행되면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시장에서 발을 빼게 된다.
그러나 최근 시장 상황은 과거에 나타났던 패턴과는 다른 모습이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사진=블룸버그] |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 초 1075.00원(종가기준)에서 이날 1135.20으로 60원 가량 올랐다.
환율 상승 폭이 커졌지만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발을 빼지 않고 오히려 매수 규모를 확대됐다. 5월에 5조원 순매수에서 지난달 7조원 순매수로 늘렸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스왑포인트가 마이너스 국면에 있어 미국과의 금리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여전히 외국인들의 재정거래 상황은 유효하다"며 "지금 레벨에서 환율이 더 급격히 오른다면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 있지만 현 수준에서는 외인 자금 이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이어 "달러/원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재정거래 유인들에 의해서 상쇄되는 영향이 크다보니 아직까지는 자금이 유출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재정거래 유인이 유효하며 달러/원 환율 상승이 물가 상승을 통해 금리를 올릴 정도가 아니라는 점을 언급했다. 신 연구원은 "환율이 물가에 가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아직 확인할 수 없고, 외인 수급 사정이 악화돼서 스왑포인트 마이너스 폭이 축소돼 재정거래 유인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시장에 영향이 제한적이다"고 평가했다.
김지만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원 환율 상승은 채권시장 외국인 자금 유입에는 오히려 더 좋은 환경이라고 봤다. 그는 과거 달러/원 환율이 1200원까지 오르는 상황에서는 외국인 채권 매수세는 오히려 더 유입됐다는 점을 들며 "환율 상승이 단기적인 이슈라면 원화 절상에 대한 기대 때문에 외인 자금 유입 유인이 더 커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 상황은 북한 리스크 완화라는 호재가 있었기 때문에 레벨을 좀 더 낮춰 연말에 1160원정도로 올라가면 외국인 자금 유입에는 더 좋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약세는 원화 자산 약세라는 기본 공식이 현재는 나타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도 "과거에는 원화 약세는 시차를 두고 수출을 진작시켜 경기가 좋아지거나 물가를 올려 향후 금리 상승 요인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그보다 원화 약세가 무역전쟁으로 인해 위안화 약세에 연동된 부분이 크다보니 시장에서는 이 부분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으로 봤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