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준 한국연금투자자문 이사 "발행사와 주관사만 돈버는 구조"
공모주, 수요공급 불일치→물량 기근→가격 불균형(거품)→투자자 피해 '악순환'
[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코스닥벤처펀드는 설계부터 잘못됐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따라가질 못하니 가격이 밸류 이상 치솟고 상장 이후 급락이 반복된다.”
이경준 한국연금투자자문 이사는 31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해 “시장의 논리와 맞지 않다. 인기가 좋아 자금 유입이 컸는데 이는 고스란히 투자자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펀드를 만들었고 혜택을 주고자 했지만 구조상 그렇게 되지 않는다”며 “출시 3개월 만에 신주 취득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등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인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한지웅기자= 이경준 한국연금투자자문 이사 .2018.07.27 hjw1014@newspim.com |
코스닥벤처펀드는 공모주 30% 우선 배정과 300만원까지 소득공제 등 혜택을 받으려면 벤처기업 신주에 자산의 15% 이상을 펀드 설정 후 6개월 이내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단기간 많은 돈이 몰리면서 운용사가 정해진 기간에 세제혜택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지금까지 3조원의 자금이 유입돼 IPO(기업공개)에 나선 벤처기업이 발행한 공모주를 4500억원 가량 매수해야 한다. 하지만 펀드 출시 후 지금까지 벤처 공모 규모는 2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세제혜택 기준을 맞추려는 과정에서 대안으로 코스닥벤처펀드 운용사들은 코스닥 상장기업의 CB(전환사채) 및 BW(신주인수권부사채) 신주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0% 이자를 지급하는 CB를 매입하는 게 최근 추세다.
이 이사는 “제로 금리면 다행”이라며 “할인 발행을 해야 하지만 최근엔 할증 발행도 더러 눈에 띈다”고 했다. 또 “발행사 입장에선 이 시장이 좋을지 모르겠지만 비싸게 담아야 하는 공모주 투자자와 나아가 일반 투자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수요와 공급 불일치로 인한 가격 불균형에 따른 공모가격 거품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경준 이사는 “코스닥벤처펀드는 현재 거품이 많은 상태”라며 “거품이 있는 상태에서 일부 수익을 내고 있지만 거품이 빠지면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티웨이항공이 한 예다. 환율과 유가가 우호적일 당시 공모가가 산정됐지만 이후 LCC 관련 악재가 쏟아져나왔던 것. 이 이사는 “공모주는 할인시장인데 프리미엄을 주고 공모주를 살 필요는 없다”며 “공모가를 산정한 시점을 기준으로도 환율, 유가 등을 분석한 결과 티웨이항공의 밸류 산정은 비싼 편이었다. 다만 공모가가 밴드하단보다 낮아져 상승 여력은 다소 생겼다”고 했다.
린드먼아시아의 예도 들었다. 린드먼아시아 공모가는 6500원으로 결정됐는데 이는 공모가밴드(5000~5500원) 최상단을 넘어선 금액. 공모가 밴드 최상단인 5500원으로 결정해도 됐던 것을 상장사 욕심이 공모가를 부풀린 것이다.
이에 당시 시초가는 공모가의 2배인 1만3000원으로 형성됐고 한때 1만8000선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결국 현재 주가(30일 종가 5890원)는 공모가를 밑돈다.
이 이사는 결국 “차라리 공모주 물량을 배정할 때 비율로 나누지 말고 베너핏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경준 이사는 LIG투자증권 공채 1기로 입사해 IB역량을 쌓은 뒤 JP에셋자산운용, 대덕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를 거치며 셀과 바이 사이드를 두루 경험해 왔다. 현재는 한국연금투자자문에서 주식운용 및 컨설팅을 맡고 있다. 한국연금투자자문은 자산운용 투자자문과 퇴직연금 제도와 관련해 컨설팅을 해주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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