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결혼관 싹 달라져 이혼 급증
불화 이혼수속 간편 원인도 다양
[서울=뉴스핌] 고은나래 기자 = 급속한 경제발전과 빠른 도시화에 따라 전통적 결혼관이 바뀌면서 중국 사회에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 2017년 이혼수속 총 건수는 437만4000건으로 전년에 비해 5.2% 늘어났다.
이혼을 선택하는 부부들 증가 <사진=바이두> |
2002년 0.9%에 불과하던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한 비율)은 2010년 2%를 돌파하더니 2017년에는 3.2%까지 다다랐다. 지역별로는 베이징(北京)이 가장 높았고, 상하이(上海), 선전(深圳), 광저우(廣州) 등 대도시들도 높은 이혼율을 보였다. 특히 이혼소송은 여성에 의해 제기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이혼 분쟁 사법 빅데이터에 따르면 2016~2017년 전체 이혼 소송 중 여성이 원고인 안건이 무려 73.4%에 달한다.
과거 중국 여성들은 인내가 곧 미덕이라고 여겼지만, 사회 관념이 변하고 여권이 신장되면서 삶의 질을 추구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경제적 자립을 이룬 여성들이 이혼을 보다 개방적인 자세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큰 이혼 사유로 부부간 감정 불화가 꼽혔다. 베이징 시청(西城)구 인민법원장은 “SNS가 보편화되면서 불륜, 외도가 늘어난 것이 그 배경이다”라며 “결혼의 신성함이 퇴색했다”고 탄식했다.
부동산 매매 규제를 피해가기 위한 편법 이혼도 이혼율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재정부, 국가세무총국, 건설부가 공동 발표한 지침에 따라 1가구 1주택일 경우 5년 이상 거주한 소유주는 20%의 양도세를 면제받는다. 이에 따라 2주택 이상 소유주들은 세금 회피의 목적으로 위장 이혼을 불사한다.
특히 이혼 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것도 이혼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협의 이혼일 경우, 신분증과 몇 가지 서류만 준비하면 바로 이혼이 가능하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이혼을 막기 위해 소위 ‘이혼고시(離婚考試)’가 등장하기도 했다.
중국 장쑤(江蘇)성의 롄윈강(連雲港)시는 이혼을 원하는 부부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권한다. 테스트 결과 60점이 넘으면 이혼 신청을 반려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최근 중국 지방정부까지 나서며 이혼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점점 각박해지는 사회 속에서 이혼율 상승 추세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nalai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