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콘셉트와 다름없는 여아 모델 사진들 범람
몸매 강조·진한 화장..."보기 불편하다" 불만 커져
전문가 "아이들까지 성적대상화...어른 책임 막중"
[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인터넷 유명 아동복 쇼핑몰이 어린이 모델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다. 여자 아이 모델에게 진한 화장을 시키고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을 입히는가 하면, 성인 모델처럼 묘한 포즈까지 시켰기 때문이다. 돈벌이를 위해 어린이까지 성적 대상으로 이용했다는 논란이 거세다.
◆풀메이크업·각선미·노출 강조...성인 모델과 다름없어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뒤태미녀’ ‘시선강탈’ ‘어깨파임 원피스’
언뜻 보면 성인 의류 쇼핑몰인가 싶은 수식어다. 여성의 신체 부위를 강조하는 이런 말들이 놀랍게도 어린 아이 사진을 대상으로 쓰인다. 사진 속 아이들은 한결같이 진한 메이크업, 살짝 벌린 입술, 멍한 시선, 묘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과연 5~13세 아이의 사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성인 모델과 흡사하다.
이런 사진들은 인터넷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꾸준히 올라온다. 제법 인기가 있는 아동복 쇼핑몰에선 쉽게 볼 수 있다. 아동용 옷, 신발, 수영복, 잡화를 팔기 위해 어린 아이를 모델로 기용하는 것까진 좋으나, 키즈 의류,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다보니 이런 자극적인 사진들도 덩달아 늘었다.
상품을 입고 나온 여자 아이 모델은 대부분 나이에 맞지 않게 화장을 한다. 분홍 볼터치와 빨간 립스틱, 깊게 파인 옷, 가녀린 몸매는 기본이다. 등을 깊게 판 원피스를 입은 뒷모습이나 허벅지를 강조하는 사진도 종종 보인다.
이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시선이 적잖다. 홍보업계에서 일하는 A(여·30)씨는 “초·중고생에게 화장하지 말라고 하면서 돈 몇 푼 더 벌겠다고 어린이에게 화장을 시키는 어른들이 이중적이다”고 질타했다. 중학생 딸을 키우는 이모(여·49)씨도 “아이들이 하나같이 다 마르고 노출이 있어 보기에 영 좋지 않다”고 불편해했다.
올해 4월에는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글도 올라왔다. “미성년자 모델을 ‘롤리타(로리타, 소아성애)’ 콘셉트로 찍지 말라”는 내용이다. 이 밖에도 온라인에도 “소름끼친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아이다운 모습이 제일 예쁘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의도 없어도 성적대상화..."다 어른들 책임"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는 잘못된 성 상품화 문화가 미성년자에게까지 번진 사례라고 꼬집는다. 김종갑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소장은 “모델인 아이는 사진 찍어주고 예쁜 옷 입혀주니까 좋아할 수 있다”면서도 “다 큰 어른들이 섹시하게 보이기 위해 취하는 자세를 똑같이 시키는 것은 성적 대상화의 측면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어린이 모델을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가 없었더라도 보여주기식 사진과 글 등 매개체의 기본 구조와 성격이 섹슈얼라이즈(sexualize, 성적 매력 부각)”라며 “어른들이 반드시 책임져야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