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탈 가속으로 외환보유고 급감, 금융안정 흔들
농산물 등 물가 폭등으로 국민경제에 악영향
중국 대외 무역기업 외화부채 부담 눈덩이
[서울=뉴스핌] 김은주 기자 = 미중 무역 전쟁과 미국 금리 상승 등 대외 악재로 중국 금융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자본 이탈이 가시화하면서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위안화 환율 1달러당 7위안대 방어를 위해 견고한 방어막을 치고 있다며 위안화 가치가 당장 7위안대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사진=바이두] |
다만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안화 가치가 중국 당국이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7위안대로 떨어질 경우 중국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하다는 분석이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위안화 약세 속에 대규모 자본이 유출되면 당장 금융안정의 버팀목인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2조9000억달러~3조 달러대에서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당국은 이미 지난 2015~2016년 위안화 폭락 당시 1조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사용한 적이 있다.
미국의 제재 위협에 따른 리라화 가치의 폭락으로 통화 위기에 놓인 터키는 장기간의 무역 수지 적자로 외환보유액이 많지 않아 리라화 환율 방어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달리 중국은 비록 3조 달러 정도의 외환보유고를 비축하고 있지만, 높은 정부 부채율과 인플레 우려가 금융 안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터키와 같은 통화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안화 가치 절하가 미국의 고관세에 따른 중국 수출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해 줄 것이라는 진단도 있지만 큰 틀 속에서 이는 유효한 처방이 아니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장기적으로 통화 가치를 절하하는 방식으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한 국가는 없으며, 현재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위안화의 절하(고환율 정책) 전략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사진=바이두] |
또한 위안화 약세는 중국 국민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위안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 더 많은 돈을 주고 달러로 표시된 벌크 상품을 사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매년 석유, 옥수수, 콩 등을 대량 수입해야하는 중국으로선 위안화 가치가 크게 절하되면 국민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농산물 등의 가격이 폭등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중국 대외 무역 기업이 갚아야 하는 외화 부채 부담도 커진다. 중국 유력 데이터 플랫폼 윈드(Wind)는 만기 도래하는 중국의 달러 표시 부채가 2019년이 되면 1138억 8100만 달러(약 128조 4,919억 3,23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홍콩 등지의 외자회사가 빠져나갈 경우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하면서 고용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기업들로서는 위안화 가치가 크게 하락해 대량의 외환 차손이 발생하면 생산규모를 줄이는 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약세는 이와 함께 투자 심리를 냉각시켜 중국의 경제체질 전환에도 어려움을 줄 전망이다. 위안화가 불안정해지면 금융 리스크 혹은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 커져 장기 투자 계획이나 해외기업 간 전략적 협력 등이 미뤄지거나 취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외개방을 통해 경제성장 구조 전환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전략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분석이다.
eunjoo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