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인적 일탈아닌 업무상 지휘관계에 따른 범죄”
고영한·박병대, 임종헌에 각종 의혹 지시…정점엔 ‘양승태’
임종헌 공소장에 양승태·고영한·박병대 ‘공범’ 적시
전직 대법관 구속영장청구서에도 양승태 '공범'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의 윗선으로 분류되는 고영한(63·11기)·박병대(61·12기) 전 대법관이 6일 구속 갈림길에 선 가운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범죄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임민성·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각각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이들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다.
법조계는 지난달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구속기소 당시 이들에 대한 신병 확보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해왔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수 차례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고영한(63·사법연수원 11기, 왼쪽부터)·박병대(61·12기) 전 대법관 |
박 전 대법관이 임 전 차장 공소장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지난 2014년 10월 일이다. 서울 삼청동 공관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과 회의에 참석한 시기이다.
박 전 대법관은 당시 이들과 만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관련 전원합의체 회부를 유도해 재판 일정 변경을 계획하고 이후 관련 문건 작성을 심의관에게 지시하는 등 부당하게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아 임 전 차장의 공범으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은 이듬해 임 전 차장과 함께 헌법재판소가 재판의 전제가 된 법률의 ‘한정위헌’ 판단을 내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과 관련해서도 헌재를 압박하고 견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다. 또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에도 부당 개입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과 관련해선 임 전 차장과 함께 국고 등 손실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고 전 대법관은 임명 직후인 2016년 2월말 임 전 차장으로부터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인 주요 사건 정보 등을 비롯한 자료수집 결과를 보고받았다.
또 이른바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의혹’ 관련, 사건 결과가 알려지는 것을 우려해 항소심 재판을 맡은 당시 부산고법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해당 판사가 사직한 뒤 선고를 내리라고 요청했다. 임 전 차장과 ‘직무유기’ 공범으로 적시된 것이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등에 관여한 의혹도 받는다.
이같은 내용은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청구서에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임 전 차장 공소장과 두 사람의 영장청구서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름은 바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다. 두 전직 대법관이 차례로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아 임 전 차장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본 것이다.
검찰 측 관계자는 “이 사건은 특정인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업무상 상하관계에 의한 지시감독에 따른 범죄 행위”라며 “이 두 분은 이미 구속된 임 전 차장의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 권한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