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시리아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에 서명하자, 중동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일제히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골란고원은 1967년 6월 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 시리아로부터 빼앗아 1981년 자국 영토로 병합한 곳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이를 불법 점령으로 규정하며 이스라엘의 철수를 촉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운데)가 지켜보는 가운데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시리아뿐 아니라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중동의 미국 동맹들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시리아 주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한 것이며 진행 중인 평화협상을 좌초시켜 지역 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사우디 관영통신사 SPA에 보도된 성명에서 사우디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중동 평화 과정과 지역 안정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바레인과 쿠웨이트 또한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했으며, 카타르는 이스라엘에 골란고원 점령을 중단하고 국제 결의를 따르라고 촉구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한 미국인이 중동에 와서 불법 점령한 자에게 땅을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국제법에 어긋나며 금세기에 전례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이스라엘과 이슬람권 사이의 중재역을 맡고 있는 요르단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비롯해 모든 국제적 결의는 골란고원을 ‘점령된 시리아 영토’로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 총장은 “골란고원이 ‘시리아 영토’라는 우리 입장은 변함없다”고 못 박았다.
러시아 외무부도 “(이번 결정은) 모든 국제 절차를 무시했다”며 “중동에 새로운 긴장을 촉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레바논 대통령과 골란고원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조차 반대 의견을 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병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유럽 측에서는 아직 반응이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1967년 중동전쟁 이후) 52년이 지난 지금 미국이 이제 골란고원에 대해 이스라엘의 주권을 완전히 인정할 때가 됐다"는 글을 올린 후 유럽연합(EU)은 트럼프의 입장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EU 대변인은 "EU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EU는 국제법에 따라 골란고원을 포함해 1967년 6월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이스라엘 영토의 일부로 여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국기.[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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