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받는 학생들의 성장통과 우정
6월2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지난해 시험지 사전 유출 사건으로 논란을 빚었던 '숙명여고 사건'에 이어 최근 화제를 모은 JTBC 드라마 'SKY캐슬'까지, 대한민국은 여전히 학벌주의가 팽배해 있다. 초등학교 입학부터 수능을 보기 전까지 12년간 우리는 성적으로 순서가 매겨지고, 반이 나뉘고, 친구까지 달라진다. 우리는 이런 학창시절을 '아름다웠던 청춘'으로 기억할 수 있을까?
연극 'B클래스' 공연 장면 [사진=㈜스탠바이컴퍼니] |
연극 'B클래스'(연출 오인하)는 실력에 따라 'A'와 'B'로 나눠지는 사립 봉선 예술 학원을 배경으로, 'B클래스'에 속한 네 명의 학생들이 패스 도장을 받기 위해 마지막 졸업 공연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대외적으로는 실력에 따라 등급을 나누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의 순수한 재능보다 학원의 기준에 맞는 예술성, 부와 명예로 평가하며 확실한 차별을 보여준다.
'B클래스'는 말 그대로 열등반이다. 급식실 뒤에 위치해 음식 냄새가 하루종일 풍겨 학생들이 '짬통'으로 부르는 곳,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학습 의지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곳이다. 교사는 'A클래스'로 졸업하는 것과 'B클래스'로 졸업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난다고 말한다. 누구나 아는 그 차이 때문에 관객들은 'B클래스'의 졸업공연이 성공하길 간절히 바란다.
연극 'B클래스' 공연 장면 [사진=㈜스탠바이컴퍼니] |
학원 기준에 맞지 않는 음악을 추구하는 작곡 전공 윤태진·김택상, 수업과 시험 포기로 분노를 표출하는 보컬 전공 이윤희·이수현, 일본에서 온 현대무용 전공 카에데·치아키, 아버지(어머니)에게 인정받으려다 손 떨림으로 A클래스에서 B클래스로 오게 된 피아노 전공 김율·이환까지, 각양각색 사연의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처음부터 의견이 갈리고 부딪히며 갈등을 겪는다. 저마다 숨기고 있는 사연은 안타깝고 안쓰럽고 불쌍하고 속상하다. 그러나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고, 알아도 결국 자신의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모든 것은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기에. 학생들은 우정을 쌓고 서로를 배려하기보다 남을 이기고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개인주의를 먼저 깨달을 수밖에 없다.
연극 'B클래스' 공연 장면 [사진=㈜스탠바이컴퍼니] |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매번 갈등하고,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그것을 입증하기에는 너무나 큰 차이에 좌절하고, 아무리 웃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들이 학교를 졸업해도 또다른 학생들로 'B클래스'는 채워질 것이며, 그들도 똑같은 성장통을 겪게될 것이다. 변하지 않는 갈등과 고민은 우리 모두에게도,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공연은 초·재연과 달리 여학생만으로 이루어진 반도 구성됐다. 남학생일 경우 여성 선생님과 호흡을 맞추고, 여학생의 경우 남성 선생님이 무대에 오른다. 캐릭터 이름과 소소한 설정을 제외하고 같은 줄거리와 성격으로 진행된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와 웃음, 눈물과 감동은 여전히 진하다. 다만 여학생들끼리 모였을 때의 디테일이나 남녀 차이에서 오는 새로운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는 못한 것 같아 작은 아쉬움은 남는다.
연극 'B클래스' 공연 장면 [사진=㈜스탠바이컴퍼니] |
연극 'B클래스'는 오는 6월2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