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대출채권·우발부채 등 신용위험액 5조8000억원
NH·한투·메리츠·신한 자본대비 예상손실액 30% 이상
신평사 "대형 증권사 중심 신용위험액 모니터링 필요"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신용평가사들이 증권사의 우발부채, 대출채권 등 신용위험액 증가에 경고신호를 보냈다.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위험액이 늘어 시스템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진단에서다. 신평사들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액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26개 증권사 위험액별 증감 추이 [자료=한국신용평가] |
29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26개 증권사의 신용위험액은 5조8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위험액 증가 속도는 점차 빨라지는 추세다. 2014년 1조6000억원에 머물렀던 신용위험액은 △2015년 2조1000억원 △2016년 2조2000억원 △2017년 3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신용위험액은 증권사의 위험액 지표 중 하나다. 우발부채, 대출채권 등 여신성 익스포져(위험 노출액)를 기반으로 산출한다. 이밖에 위험액 지표로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을 기반으로 산출하는 시장위험액 △기업운영상 발생할 수 있는 예상손실에 대비해 미리 위험액을 적립해놓는 운영위험액 등이 있다.
대출채권, 우발부채가 신용위험액 주 구성요소였다. 증권사의 대출채권은 은행처럼 이자수익이 주목적이 아니라 투자은행(IB) 딜과 연관성이 높다. 예컨대 증권사가 금융자문, 금융주선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면서, 해당 금융구조의 중순위 혹은 후순위 자금 일부에 증권사가 참여하는 방식이다. 우발부채는 현재는 채무가 아니지만 미래에 일정한 조건(디폴트 등)이 발생하면 채무가 될 가능성이 있는 금액이다.
[자료=나이스신용평가, 금융통계정보 시스템] *2018년 9월말 기준 |
한신평이 신용위험액 기반인 여신성 익스포져를 살펴본 결과, 최근 2년(2016년 9월~2018년 9월) 사이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은 12% 늘었다. 부동산 경기침체에 대비해 업계 전반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증가 속도는 위축됐다.
자본규모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전체 우발부채의 약 70%를 차지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신규 딜 감소, 인수금융 등 비부동산 우발부채 증가로 작년 9월 부동산PF 비중이 2016년 9월보다 9% 줄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 증가율(약 20%)보다 우발부채 증가율(약 54%)이 높아 자본 대비 비중은 커졌다.
자본규모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다.
장외파생상품 업무 인가를 받은 증권사 중엔 하나금융투자와 키움증권의 부동산PF 증가가 두드러졌다.
하나금융투자는 IB영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우발부채가 2016년 9월 말 5698억원에서 2018년 9월 말 2조1130억원으로 늘었다. 우발부채 증가의 상당 부분은 해외 부동산·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관련 수익증권의 총액인수와 PF 유동화 사모사채 인수확약 건이다.
키움증권도 2016년 9월 말 4319억원에서 2018년 9월 말 1조1318억원으로 우발부채가 늘었다. 2018년 4분기에도 약정액이 6153억원 늘어나는 등 증가속도가 빨라 신용위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게 한신평의 판단이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 평가본부 금융2실 연구원은 "하나금융투자와 키움증권은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PF 익스포져가 빠르게 늘어난 만큼 부동산 경기 급랭, 금융시장 경색 등 통제 불가능한 시장 변수에 의한 우발부채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권사의 수익에서 IB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며 "신용위험액의 증가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2010년대 이후 증권사가 참여한 우발부채 및 대출채권에서 발생한 부실은 많지 않으나 위험액의 증가 추이를 감안할 때 시스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며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액이 높은 회사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자료=한국신용펑가] |
한신평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국내 증권사들의 자본 대비 예상손실액은 업계 평균 약 27%로 나타났다. 최근 늘어난 위험 익스포져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손실액을 산정하고, 이를 각 증권사별 자기자본과 비교해서 자본완충능력을 파악한 결과다. 스트레스 수준은 2008년 금융위기와 유사한 상황으로 주식, 금리, 부동산 등 다양한 변수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손실이 발생하는 영업환경을 가정했다.
IB 영업을 확대한 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예상손실액이 컸다. 대형사 중엔 NH투자증권(-36%), 한국투자증권(-35%), 메리츠종금증권(-33%), 신한금융투자(-36%) 4개 회사는 30% 이상 손실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조달로 투자자산이 늘어난 결과"이고 "신한은 IB사업 강화차원에서 총액인수 등 우발부채가 확대돼 예상손실액이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8년 말 우발부채가 6조5730억원으로 증권사 중 가장 많았지만 개별 계약수준은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연구원은 "올해 증권사 실적과 연관성이 높은 부동산 경기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인 만큼, 적극적인 위험인수로 위험 익스포저를 늘리는 것에 대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며 "대형 증권사는 자본의 양이 많아도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자산과 위험을 보유하고 있어 자본완충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형사에서 취급할 수 없는 대규모 딜, 고위험투자로 인하여 위기시 예상손실액은 크게 나타난다"며 "대형사별 위험선호 수준, 사업전략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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