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베이징에서 지난 28~29일 이틀간 무역 담판을 벌인 미국과 중국 고위급 협상 팀이 합의문의 문구 한 개를 놓고 두 시간에 걸쳐 실랑이를 벌인 사실이 세간에 화제다.
해당 단어의 의미와 적합성을 놓고 마라톤 기싸움을 벌인 양국 정책자들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판단을 뒤로 미뤘다.
이번주 베이징에서 다음주 워싱턴D.C.로 이어지는 양국 협상은 주요 쟁점에 대한 줄다리기 이외에 120페이지 분량의 합의문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데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포함한 주요 외신이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중앙)가 댜오위타이(釣魚台) 국빈관에서 미국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좌)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합의문의 모든 문구와 표현, 용어에 대한 해석과 채택 여부를 놓고 핵심적인 무역 쟁점에 대한 논의만큼이나 뜨거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이어 류 허 중국 국무원 경제 담당 부총리도 막판 협상이 수 개월에 걸쳐 늘어질 가능성을 제시한 가운데 합의문 문구를 결정하는 문제가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했다는 것이 소식통과 외신들의 진단이다.
이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양국의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가 합의점 마련에 걸림돌로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각각의 문구와 용어가 앞으로 합의안 이행 과정에 분란과 마찰의 불씨가 될 수 있어 양측 협상 팀은 날을 세운 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한 가지 단어가 여러 가지 뉘앙스와 의미를 내포한 중국어의 특징적인 부분에 미국 측 협상 책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울러 미국 협상 팀이 선택한 용어와 문구가 중국 측에서 볼 때 지나치게 강한 의미를 담고 있어 좀처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상황이다.
표현의 문제는 과거에도 양국 사이에 마찰을 일으킨 일이 있어 정책자들은 더욱 신중을 기하는 움직임이다.
지난 2001년 미 해군 정찰기가 하이난 해역에서 PLA 전투기와 충돌, 중국 조종사가 숨졌을 때 중국 정부의 사과 요구에 미국 측이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대응, 극심한 외교 위기가 발생했다.
한편 이틀간의 회담을 마친 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트윗을 통해 건설적인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고, 백악관 역시 양국 정책자들이 진전을 이뤄냈다고 전했다.
미국 측이 다음주 류 허 부총리의 워싱턴D.C. 방문과 추가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가운데 중국 정부의 ‘입’으로 통하는 관영 매체 인민일보는 중국 협상 팀이 ‘딜을 위한 딜’을 체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국가 안보 및 경제적 이해를 위협하는 내용의 협상에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4월 말까지 협상 타결을 목표하고 있다는 기존의 보도와 상반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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