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집권 이후 한미일 협력보다 北에 기울었다 우려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미국 정부가 지난 22일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발표에 연일 실망을 나타내면서 ‘문재인 정부’의 결정임을 부각시키고 있어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 들어 한미일 안보협력을 소홀히 한다는 불만을 암시한 표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2일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직후 미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가 동북아 안보 도전에 대해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2차 성명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갱신을 보류한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한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한국 정부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말했으나 국무부 논평에는 '문재인 정부'라는 표현이 담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련 사안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문 대통령은 나의 좋은 친구”라고 말한 것과 다른 분위기다.
미국 정부 주요 부처의 공식 성명에서 '문재인 정부'라고 지목하는 표현이 나온 것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주체를 한국이 아닌 문재인 정부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소미아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1월 23일 체결됐으며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미국 조야에서는 문 대통령 집권 이후 한국이 북한 문제에 집중하며 한미 동맹, 한미일 안보 협력에 소홀하다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연기 또는 훈련방식 변경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돈이 많이 드는 군사훈련에 반감을 표하고 있으나 실제로 훈련은 진행되고 있으며 미 정부 내에서도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 10개국 연합) 회의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3자 회담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美 고위급 방한에도 지소미아 종료…北, 한·미 이간질 시도
익명의 외교안보 전문가는 “북중러가 전선을 형성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한미일 협력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지만 한국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오히려 한미일 협력에서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이를 결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또 “최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이 줄줄이 한국을 찾아 지소미아 재연장을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는데, 한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오히려 '미국이 우리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이 불만을 드러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의 불만은 국방부·국무부 성명에 계속해서 등장한 ‘실망했다’는 표현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 표현은 자국의 이익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을 때 주로 나오는 발언으로 동맹국 사이에서 쓰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가에서는 상대국에 대한 불만을 주로 '유감'이라는 말로 사용하는데, '실망했다'는 표현은 정서적 감정을 내비친 것으로 '유감' 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한미국대사관은 공식 트위터 계정에 ‘실망했다’는 표현이 담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의 발언을 한글 번역본과 함께 그대로 올려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미국의 공식 입장을 한국 국민에게도 분명하게 알리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글에는 '문재인 정부' 대신 '한국 정부'라는 표현이 쓰였다.
한편 북한은 이런 상황을 적극 활용해 한미 이간질에 나섰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미국 정부가 문재인 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을 소개하며 한국에서 미국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그동안 각종 매체를 통해 지소미아 종료를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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